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느닷없이 "박홍
전서강대총장을 면담하자"는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국민회의 대북커넥션 진상조사위"의 김중위 위원장은 당직자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환담하는 자리에서 박전총장 얘기를 불쑥 꺼냈다.

김위원장은 "얼마전 박전총장이 당에 찾아와 "북한에서 자기를 암살하려고
내려온 사람이 자기에게 자수해왔다"고 했다"며 "오늘 박전총장을 만나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이에 조순 총재를 비롯한 다른 당직자들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총재는 "박전총장을 암살하기 위해 북한에서 내려왔다는 사람이 자수
했다는 내용은 모르겠지만 암살을 기도했다는 것은 이미 박전총장이 여러
차례 얘기했던 것"이라고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서정화 전당대회의장도 "그것은 옛날 얘기"라고 일축했다.

다른 한 참석자는 "박전총장이 무슨 얘기를 하든 현재의 국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박전총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조총재는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박전총장 면담은 하지않는 게 낫겠다"
며 "없던 일"로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대해 한 당직자는 "북풍공작문제가 불거져나오다보니 그냥 지나가는
얘기로 흘려버릴 일도 회의석상에 오르게 됐다"며 "때가 때인만큼 당직자들
이나 의원들이 발언에 조심해야할 것"이라며 "박홍해프닝"에 유감을 표했다.

<남궁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