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회장 당시 전경련부회장이기도 했던 박태준 자민련총재가 23일
전경련 사무국을 방문한데 대해 재계는 무척 고무된 표정이다.

이날 방문으로 그동안 막혀있던 정부와의 "창구"가 열리게 됐다는
기대감에서다.

박총재도 이날 회동 말미에 "앞으로 지나는 길에 자주 들르겠다"고 말해
그 가능성을 내비췄다.

재계는 사실 박총재의 "일방 통보"로 이뤄진 이날 모임을 앞두고 상당히
긴장했었다.

우선 재계의 구조조정 부진을 탓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높아서였다.

또 실업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정부가 실업기금 출연을
요청할 지 모른다는 걱정도 했었다.

회동 결과는 그러나 예상 밖이었다.

박총재는 오히려 "재계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대기업 정책에 대한
기탄없는 지적을 해달라"는 주문까지 했다.

기업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고언을 하긴 했지만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려면
총수들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원론에 그쳤다.

금융개혁과 관련해 박총재가 "문제가 있는 일부 은행은 국가경제 전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고 말한 것에 비하면 더욱
그랬다.

박총재는 오히려 "자민련이 구조조정에 도움이 되는 시행령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약속까지 내놨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장단이 정부 경제팀과 정례적으로 만났던 예전의
창구를 되살릴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기업의 고충이 반영된 대기업
정책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