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찾아온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는 우리 모두의 생활방식을
일순간에 뒤바꿔 놓았다.

공무원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공무원들은 누구나 느끼는 일반적인 어려움에다 국민 공복으로서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이라는 무게까지 더해 힘겨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IMF탓에 어쩌면
일반직장인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근무시간중의 이같은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동호인모임이
있다.

바로 "정검회"라는 검도모임이 그 것이다.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한 정검회는 검도수련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회원들간 친목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작년 4월
결성됐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정회원이고 인근에 위치한 경찰청 직원과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이 특별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출범당시 10여명으로 출발한 우리 모임은 IMF한파에 따른 불안과
스트레스를 "검"으로 날려 버리려는 공무원들이 늘어나서 1년이 채 안된
지금 35명으로 늘어났다.

회원들을 소개하면 검도5단의 막강한 실력을 가진 정부기록보존소의
안상민씨가 사범역할을 하고 있다.

통일부에 근무하는 홍성국과장이 회장을 맡아 모임을 주도하고 있으며
행정자치부 관리과의 권오욱씨가 총무로 뒷바라지를 잘 해 주고 있다.

여성회원들도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왕 검도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기로 결심한 만큼 힘들지만 매주 월.수.금
3회 수련을 하고 있다.

한번 모이면 보통 1시간30분 정도 운동을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상당수 회원들이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종로 종합청사 체력단련실에서 힘껏 죽도를 휘두르면서 도복이 흥건히
젖도록 땀을 빼고 나면 묵었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기는 듯한 상쾌함을
느낀다.

회원들의 검도실력은 아직은 보통 2~3급 수준이지만 열성 회원가운데는
조만간 승단자도 배출될 전망이다.

운동시작전에 실시하는 단전호흡도 심신단련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공직자로서 검도라는 운동을 좋아하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결합한 정검회
회원들은 국민에게 봉사하고 밝은 사회를 이뤄나가는 공복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체력단련실로 찾아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