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군 대불공단내 한라펄프제지공장.

길이 2백m가 넘는 대형 초지기가 굉음을 내며 신문용지를 쉴새없이
쏟아낸다.

자동포장된 신문용지는 트럭과 컨테이너에 실려 나간다.

이중 60%는 국내거래처로, 나머지는 이집트 일본 홍콩 인도등지로
수송된다.

지난해 12월초 부도를 낸 업체라는 사실을 느끼기가 어렵다.

하루종일 기계가 풀가동하는 역동적인 모습만 볼수 있을 뿐이다.

생산과 판매는 갈수록 늘고 있다.

올 1월 매출은 1백2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증가했다.

2월엔 1백30억원, 3월엔 1백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54.5% 늘어난 1천7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성장은 수출급증때문이다.

연말까지 월 1만t씩 실어낼 스케쥴이 이미 확정됐다.

이집트로부터는 2만5천t의 주문을 받았고 일본 인도 홍콩으로부터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1년전에 2만t이 넘던 재고도 4천t이하로 줄었다.

부도후에도 정상가동을 하고 있는 것은 임직원의 단합된 구사노력과
거래처의 도움때문이라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한상량사장 박윤수부사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2백90명의 직원은 한마음으로
회사살리기에 나섰다.

특히 임원과 간부사원은 거래처를 직접 찾아가재기할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것은 원부자재 조달.국산 원부자재는 현금과
타수어음을 섞어 결제했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펄프와 고지는 2월말까지 신용장개설이 안돼
전신환거래를 통해 대금을 지급했으나 3월초부턴 신용장개설도 재개됐다.

그동안 몇몇 해외거래선은 신용으로 원자재를 대주기도 했다.

이달말께는 회사진로와 관련된 중대한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세계 최대 신문용지업체인 미국 보워터사와의 자본협력문제.

보워터의 출자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공동마케팅에 돌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직 채권단과 보워터사와의 마무리협상이 진행중이어서 지분참여비율과
조건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달말께는 협상이 매듭될 것으로 봅니다"

보워터와는 태국에 제지공장 합작설립을 공동 추진한 적이 있는등 서로가
잘아는 상태.

이미 보워터 관계자가 여러차례 한국을 다녀갔고 한라의 설비와 인적자원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보워터의 자본과 세계적인 마케팅력이 가미되면 회사는 빠른
시일내에 정상화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라펄프제지가 외국자본의 지분참여와 공동마케팅을 통해 정상화될 경우
어려움에 처한 업체들에게 한가지 회생모델을 제시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불공단(영암)=김낙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