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이 기아자동차 처리 방향을 공개매각으로 잡아감에 따라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은 본격적인 자금확보 경쟁에 들어갔다.

현대나 삼성 모두 이제는 "돈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자금마련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분위기다.

현대와 삼성은 당초 기아자동차가 법정관리후 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기아의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개매각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더 많은 돈을 제시하는 쪽으로 기아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1,2위 그룹이 맞붙는다.

많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두 그룹 모두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최고경영진을 미국 등지에 보내 자본 도입선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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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미국 포드자동차와 포괄적 제휴관계를 맺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드에 삼성자동차를 포함한 계열사의 일정지분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 기아자동차 인수자금으로 활용한다는게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자금확보 전략의 큰 줄기다.

이대원 삼성자동차 부회장(삼성그룹 자동차소그룹장)은 이미 지난 13일
포드의 디트로이트본사를 방문해 알렉스 트로트만회장을 만나고 돌아왔다.

협상결과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족스러웠다"는게 삼성 관계자들의 설명
이다.

이 부회장은 출국전에 이부회장은 "협상이 타결되면 적어도 20억달러는
들여올 수 있다"고 공언했다.

자동차만 놓고 협상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포드로서는 사실 삼성의 자동차사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부산공장에서 포드차를 만든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포드의 이같은 생각은 삼성이 포드차를 부산에서 생산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하자 당장 기아자동차에 편지를 보내 이를 부인했다는데서도 잘 나타난다.

포드가 삼성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다른 분야다.

부품과 금융 전자가 핵심이다.

이 부회장도 "포드가 삼성전자의 전자기술 등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포드와 삼성간의 협력이 맺어지면 형태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할부금융 등 각 계열사와의 합작일 가능성이 높다.

20억달러이상 들여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이부회장의 장담도 여기에 근거한다.

포드와의 포괄적 제휴만 성사되면 삼성이 기아 인수에 투입할 자금은
웬만큼 해결된다.

삼성이 포드와 공동으로 응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포드는 기아자동차의 대주주다.

포드의 지분은 자회사인 일본 마쓰다의 것까지 합치면 모두 16.88%다.

그러나 기아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감자가 불가피하다.

그러면 포드는 주식의 절반을 소각해야 한다.

손해가 막심하다.

포드는 기아사태가 터진후 줄곧 한국정부에 포드의 지분은 반드시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따라서 포드는 정부에 강력한 항의를 하는 한편 기아 공개매각에 적극적
으로 응찰할 가능성이 있다.

포드가 기아자동차를 통째로 인수할 것 같지는 않다.

덩어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과의 전략제휴를 급진전시키면서 기아 응찰에 함께 뛰어들어
자신의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현대와의 경쟁으로 기아의 "값"이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기는 하지만
그렇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분위기다.

기아를 인수하지 않더라로 2005년까지 2조원을 자동차사업에 투자하기로
계획했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