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 19줄의 평행선으로 만들어진 3백61개의 집을 사이에 두고 흑과
백이 연출하는 무수한 수의 조화.

흔히들 "신선 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라고 표현할 만큼 재미있는
두뇌 스포츠가 바로 바둑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즐기는 취미생활로서의 바둑이 아닌 전문 직업인들의
바둑은 결코 재미있을 수만은 없다.

프로기사의 공식대국에서는 바둑 한 판이 10여 시간이 넘는 경우도 많은데,
일본에서 기성 명인, 본인방의 "대삼관"을 두번이나 차지한 조치훈 9단은
"한 수 한 수를 목숨을 걸고 둔다"며 피를 말리는 인고의 노력이 뒤따르는게
바둑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세계 최고수로 평가받고 있는 이창호 9단의 끝내기 솜씨는
가히 절대적이다.

마지막 반집까지 최선을 다하며 신산으로까지 불리는 이창호 9단의 모습
에선 경의감마저 일어난다.

얼마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은 국민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두번씩이나 스케이트 날 하나 차이로 금매달을 목에 건 자랑스런 모습이
그랬고 비록 5~8위전으로 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맨십을 발휘해
최선을 다한 결과 동매달을 걸 수 있었던 모습도 놀라웠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진정한 프로정신이 무엇이나를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직장인이 아마추어정신으로 일하고 있다면 그는 분명 낙오자가
될 것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하면 참고 견디면서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프로정신을 발휘할 때 성공의 길은 열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