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미국 대선시 보브 돌후보는 자동차보험제도개선을 대선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서민가계에 무거운 부담을 주는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것.

보브 돌측은 보험료 인하에 대한 키를 변호사문제와 맞췄다.

보험금지급 과정에 변호사가 개입,사고와 전혀 상관이 없는 변호사들만
주머니를 채우는 시스템만 고치면 된다는 해법을 내세웠다.

보험금 누수방지대책인 셈이다.

보험사의 지출부담이 덜어지는 만큼 보험료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분석하면 문제가 전혀 달라진다.

당시 보브 돌의 라이벌인 민주당 빌 클린턴은 변호사 출신.

따라서 클린턴을 지지하는 계층중의 하나가 변호사그룹이었고 바로 이들이
클린턴의 정치자금을 대주는 후원세력이었다.

보브 돌은 이에 착안, 자동차보험문제를 들고 나와 클린턴의 지원세력을
약화시키고 정치적인 승리를 꾀하려 했던 걸로 풀이할 수도 있다.

지난 96년 미국 대선에 등장한 자동차보험 문제도 가입자를 위한 제도개선
보단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였다고 말하면 너무 비약된
것일까.

정치적 문제는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

건설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은 최근 자동차보험 운영실태조사 등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대외발표했다.

자동차소유자 1천2백명을 대상으로 한 이조사에서 응답자의 84.2%는 보험료
가 비싸다고 답했다.

보상서비스가 나쁘다는 답은 전체의 61.9%, 보험료가 보상금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답한 사람도 74.7%에 달했다는 것.

책임보험(대인배상1) 보상한도액을 높여야 한다는 사람은 83.3%에 달했다고
이 조사는 밝혔다.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보험료 차등화정책에 대해선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55.3%였고 조사대상자의 97.5%는 자동차보험료 결정방식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를 결정한 다음 일정기간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것.

이에대해 보험업계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자동차보험과 무관한 교통안전공단이 무슨 이유로 이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보험업계는 법규위반자에 대한 보험료차등화방안은 이미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 사고감소에 효과를 본 제도로서 국무총리실과
행정쇄신위원회 등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또 보험료인하문제는 오는 8월 가격완전자유화조치가 시행되면 시장기능에서
적정수준으로 유도될 것이란 입장도 밝혔다.

보험업계의 논리도 틀리지 않다.

그렇다고 교통안전공단의 설문조사가 대다수 보험가입자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번 논쟁이 가입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양쪽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진 전근대적인 정치 소모전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