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저를 필요로 한다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인줄로 알고 대통령의
뜻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주미대사로 내정된 이홍구 전총리(한나라당 상임고문)는 25일 한나라당
기자실에 들러 "총리를 지낸 야당의 전임대표가 대사직을 맡는 것은 전례가
없은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야권 수뇌부에서 정부로 자리를 옮긴 게 못내 부담스러운지 소감피력
보다는 수락배경을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 전총리는 "여야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당을 떠나
외교직을 맡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어려울수록 한미
관계가 중요한데 얼마나 보탬이 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전총리는 "그러나 우리가 처한 오늘의 상황이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특수한 위기"라며 "모두의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며 국민적 합의"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이 초당적.범국민적 노력이 그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
라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 초강국인 미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전파라는 2대 정책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며 "김대중 대통령도 이런 기조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한미관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총리는 이와함께 워싱턴에 부임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IMF체제를
원만히 이끌어가고 남북문제해결에 힘을 모으겠다"고 포부도 밝혔다.

한나라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법적으론 어떨지 모르지만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당과 인연을 끊을 수 있느냐"며 "요즘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궁덕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