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물흐물하다가 단 한홀에서 잘치는 골프를 "만득이 골프"라 한다.

물론 "만득이 시리즈"에서 따온 말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파5홀에서는 쇼트아이언으로 서드샷을 하는 것이 정상.

평균 거리를 내며 두번 다 제대로 치면 대개 쇼트아이언으로 파온을
노리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티샷부터 서드샷까지를 죄다 우드로 치고 그 서드샷조차 온그린이
안돼 있으면 그 골퍼는 분명 1백타가까이 치는 인물일 것이다.

그런데 그골퍼가 그린밖에서 퍼팅한 볼이 "산넘고 물건너" 하염없이 구른
끝에 결국엔 뗑그렁소리를 낸다.

그건 그누구도 예측못한 버디이다.

내기라도 하고 있을 경우 버디의 위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법.

나머지 골퍼들은 만득이의 "센세이셔널한 버디"에 기가 막혀 할말을 잊는다.

파3홀에서도 만득이 골프는 자주 나타난다.

더블보기, 트리플보기를 법먹듯 하다가 어느 파3홀에 이르러 덜컥 볼을
핀에 붙인다.

파3홀이 어렵가만 한 고수들은 세컨드샷을 하려 허겁지겁 달려가는데
우리의 만득이는 오랫만에 룰루랄라하며 느긋하게 걷는다.

골프깨나 친다고 하는 골퍼들도 "만득이 골프"에는 당할수 밖에 없다.

핸디캡 넉넉히 접어주며 "손님으로"모신후 도중에 우는 소리라도 하면 더
후하게 접어주다가 결국엔 복구의 시간을 잃는다.

만득이는 도처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속성은 골프의 영원한 일부이다.

함부로 승리를 속단하면 반드시 뒷통수를 얻어맞게 돼 있다.

뒷통수를 얻어맞으면서도 매번 만득이를 잊는 것은 당하기전엔 당할 것같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골프는 만득이가 있어야 재미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