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은 고전적 저서인 "자살론"에서 그는 자살을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미노적 자살의 세가지로 분류했다.

이기적 자살이란 개인이 사회에서 올바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오직 자신에
힘에만 의지하다가 좌절과 부딛힐때 행해진다.

이와는 정반대로 의타적 자살이란 개인이 집단에 완전히 동화돼 집단의
목적이나 정체가 바로 자신의 것이 될 때 발생한다.

한편 아미노적 자살이란 개인의 사회적 위치가 급격히 변해 그 새로운
변화에 대처할 수 없을 때 일어난다.

뒤르켕의 뒤를 이어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중심으로한 심리학자들은 자살이
정신건강과 관련이 있는 병이란 쪽으로 연구를 진전시켜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요법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자살을 예방하거나 고칠수 있는 일종의 병으로 보는 사회학자나
심리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살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의 통계에 따르면 한강의 경우 지난 1월 5건, 2월
8건으로 작년 월평균 2~3건에 비해 2배가 넘게 늘었고 자살사건이 월평균
3배이상 급증하고 있다.

그 가운데 80%가 IMF한파가 빚은 실업으로 인한 생활고 탓이다.

지난 25일 청량리에서 일어난 여중생 4명의 투신자살이 더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아마 이런 암울한 경제불황의 분위기 탓이 아닌가 싶다.

궂이 뒤르켕의 자살분류법에 꿰어맞춘다면 여중생들의 죽음은 이기적
이타적 자살의 혼합형이라 해야겠지만 이 경우는 자기들만의 잠정에 취해
정신의 평형이 무너져 일어나는 "자아미숙"으로 보는 심리학자들의 견해를
따르는 것이 옳을 듯 하다.

그러나 미성년자의 충동적 자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실업으로 개인의
사회적 위치가 급변해 적응하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는 가장들의 아미노적
자살이다.

지난 30년대 미국의 경제공황때의 병리현상이 우리사회에도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해서 걱정스럽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으로 삶과 타협할 힘이 없거든 삶이 제시하는 조건을
수락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보아야 할 때인 듯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