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은 기업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구조조정을 쉽게
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정안은 먼저 사실상의 이사제를 수용, 회장 비서실 기획조정실의 연대
배상책임조항을 신설하고 소수주주권한 행사요건을 획기적으로 완화해 경영
책임성과 투명성제고에 주안점을 뒀다.

개정안 401조 "업무집행관여자의 책임"조항은 집단기업의 회장제 기조실제
의 무력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할 만큼 강한 게 특징이다.

경영책임을 지고 있는 이사가 아니면서 영향력을 행사, 업무집행을 지시
또는 관여하는 사람은 회사와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못박고 있다.

소수주주들의 권한행사기준도 대폭 완화돼 이사들의 책임경영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현행 총주식수의 5%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 주어지는 이사.감사해임청구권
회계장부열람권 주주총회소집요구권 대표소송제기권 등의 권한요건을 1~3%로
대폭 낮춰 소수주주들이 경영감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소수주주권리중 대표소송제기권과 위법행위유지청구권은 1%로 크게
낮아졌다.

소수주주들이 주주총회 의제를 제안할 수 있는 주주제안권을 신설한 것은
소수주주의 경영참여를 제도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행법상 주총의제는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돼있고 주주가 의제를 제안할
권리는 없다.

또 소수주주가 소송을 제기한 후 주식매각으로 1%이하로 떨어지더라도
소송은 판결때까지 살아있는 것으로 해석, 대표소송지속 요건을 사실상
무한대로 넓혀 놓았다.

기업합병절차를 간소화하고 소규모합병제도를 새로 도입한 것은 IMF(국제
통화기금)시대에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합병절차 간소화와 관련해 우선 신설합병(합병을 통한 새로운 회사설립)때
구성토록 돼있는 설립위원회(현행 상법 175조)제도를 일본처럼 폐지했다.

신설합병은 대표이사간의 합의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서명날인만 하는
설립위원회구성은 형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소규모 합병제도도 도입, 합병을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즉 합병후 존속하는 회사가 합병으로 발행하는 신주의 총주식수가 존속회사
주식총수의 20분의 1을 넘지 않을 경우 별도의 주총승인을 받지 않도록 했다.

소규모 자회사의 모기업합병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기완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