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상외교 데뷔무대다.

이번 회의에는 일본 중국 아세안 7개국등 아시아 10개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유럽에선 유럽연합(EU)15개국 정상과 EU집행위원장이 온다.

김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총리, 주룽지
중국총리등 ASEM주도국 정상들과 개별 회담을 갖는다.

김 대통령으로선 어느 정상보다 이번 회의에 거는 기대가 크고 절실하다.

"대통령은 IMF와의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다짐하고 회원국들의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김 대통령 출국에 앞서 청와대가 발표한 성명에서도 우리 입장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번 런던회의는 IMF체제이후 우리 국가원수와 유럽 일본등 채권국정상들의
첫 만남의 장인 셈이다.

그들에게 우리의 부활의지를 보여주고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다시 이끌어
내야한다.

김 대통령은 중국 아세안등 수출시장국들을 상대로 "세일즈 외교"도
펼쳐야 한다.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한 PR기회로도 활용할 것이다.

김 대통령은 마치 런던 로드쇼(투자설명회)에 나가는 주식회사 한국의
CEO(최고경영자)이랄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ASEM 정상외교의 우선 목표는 국가신인도를
회복하는데 맞춰질 것이 당연하다.

김 대통령은 노.사.정 합의와 재벌개혁추진등 경제구조조정 노력과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한 세부계획까지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영국 금융계인사들과의 조찬, 영국 경제인연합회 초청연설등 비공식
스케줄도 경제분야 중심으로 짜여졌다.

재계대표단을 전문경영인위주로 구성한데서도 런던회의에 임하는 대통령의
의중을 읽을수있다.

과거 대통령들이 으레 창업오너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정상외교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계대표들은 전문분야를 분담, 2백50여명의 외국경제인들을 상대로
투자협의 등 구체적인 상담활동을 벌인다.

대통령의 세일즈외교를 현장 비즈니스로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국제기업인 모임인 비즈니스포럼에서도 우리 기업인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우선 장기해외투자 위험을 보상하는 보증펀드(Guarantee Fund)조성을
앞당기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유럽.아시아 민관합동 교육훈련센터 설립도 주도적으로 추진키로했다.

퇴직전문가 국제교류와 활용 프로그램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국제협력을 통한 한국투자유치를 염두에 둔 제안들이다.

런던회의는 시기적으로도 호기다.

내년 11월 서울에서 ASEM 비즈니스포럼이 열리고 이어 2000년엔 제3차
정상회의가 열리게 돼 있다.

이번 회의를 능동적으로 이끌 경우 차기 주최국으로서 국제협력의
견인차라는 이미지를 심을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번 런던정상외교가 오로지 우리의 위기극복에만 주안점을
두고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등 상대 회원국들이 요구하는 무역장벽해소 문제 등에도 과거와는
다른 자세로 대응할 방침이다.

IMF체제에서 통상마찰을 그냥 두고 투자유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이번에 남북화해 교류협력 추진을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에
대한 정책구상도 설명한다.

런던대학 강연에선 남북관계에 대한 이른바"DJ독트린"을 발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ASEM의 설립취지에 맞는 외교전선 다변화도 주요 테마다.

아.태경제협력체(APEC)와 더불어 ASEM을 지역협력의 양대축으로 활용,
경제. 통상외교를 다양하게 구사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다.

이를 통해 EU와 아세안의 지역블록화를 견제하고 우리 나름대로 양대륙에
걸친 조정자 역할을 모색해볼 생각이다.

김 대통령은 유럽의 다자간안보체제 경험을 빌려 동북아의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에 대한 장기비전도 구상할것으로 보인다.

< 이동우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