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에 라제훈
신기그룹회장이 중소기업인 대표로 참석,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설명, 주목을 끌었다.

그는 금융단말기를 제조 수출하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애로사항을
토로, 참석자들에게 중소기업의 실상을 설득력있게 전달했다.

"평소의 소신을 그대로 얘기한 것일 뿐이다"고 말한 라회장은 "경제는
강물과 같아야 한다"며 회의에서 못다한 말을 이었다.

"불필요한 인허가제도등 불합리한 법 제도 관행이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았고 집단부도 사태로 이어졌어요"

강물이 흐르듯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어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물
길을 가로막은 때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법인세제 종합상사제도 등이 그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유흥업이나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업(제조업 포함)이 똑같은 법인세율을
적용받아서야 되겠습니까"

30여년전 제정된 법인세제도가 아직도 바뀌지 않고 시행되는데 대한 질책
이다.

그는 "무역업체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이들이 수출활로를 찾을수 있도록
종합상사의 역할을 축소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라회장은 "업종 협회 조합별로 원자재조달 판매 등에서 협력
체제를 갖춰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기그룹은 지난 51년 설립이래 한때 1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는 2개 계열사에 매출 2백억원 규모로 주로 현금자동인출기(ATM) 등을
제조, 수출하고 있다.

< 문병환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