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에 새로운 회의체가 생겼다.

"주요기업 구조조정본부장 회의"다.

아직까지 한번도 열리진 않았다.

전경련 사무국은 한달에 한번 이상은 이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이 회의를 만들었다.

이 회의는 그러나 새로운 조직체가 아니다.

실은 이름만 바꾼 것이다.

옛이름은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였다.

각 그룹의 회장실 기조실 등이 없어지면서 할 수 없이 간판을 갈았다.

다행히 기조실을 없애는 그룹마다 비상기획단이나 구조조정본부 등 사장급
이 대표를 맡는 구조조정조직을 만들었다.

새로 만드는 김에 "30대그룹"이라는 단어도 뺐다.

"그룹"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부의 시선이 곱잖아서다.

그래서 "주요기업 구조조정본부장회의"가 됐다.

전경련은 앞으로는 각 위원회 중심으로 회의를 운영할 예정이다.

혹시나 오해를 살지도 모를 "기조실 운영위원회" "주요그룹 기획부서장
회의" 등 명칭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업금융간담회 산업정책간담회 구조조정대책협의회 경쟁력강화위원회
등 실무적인 단어가 들어간 회의를 늘리기로 했다.

"회장단회의"의 경우는 이름을 바꾸지 않고 당분간 매달 둘째주 목요일에
그대로 열기로 했다.

그룹회장직이 없어지더라도 회장단회의는 전경련회장, 상근 및 비상근
부회장, 고문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그러나 일부 총수들이 그룹회장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음에 따라
참석자들 명단에서 "<><>그룹회장"이란 용어를 빼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
이다.

그럴 경우 참석자 명단은 다소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자동차회장" "<><>전자회장" 등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자연히 그룹별 순위가 업체별 순위와 뒤섞여 서열을 매기는 것도
어려워진다.

< 권영설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