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타이어를 확보하라"

시멘트업체들이 희한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환경오염 문제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폐타이어에 관심을 쏟고 있다.

단순한 관심에 그치지 않는다.

폐타이어를 확보하려고 목을 매는 정도다.

지난해 대한타이어공업협회가 수요조사를 벌일 때 고개를 내젓던 것과는
판이하다.

몇달사이 시각이 확 달라진 꼴이다.

그러한 배경에는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인한 환율급등이 자리잡고 있다.

시멘트 제조에는 엄청난 연료가 필요하다.

소성로에 석회석을 넣고 불로 구어야 하는 탓이다.

연료로는 유연탄이 쓰인다.

1백% 수입의존 품목이다.

수입단가는 t당 4만5천원.

환율급등 이전수준으로 볼때 그렇다.

환율이 2배 올랐으니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그런데 설비만 갖추면 폐타이어도 연료가 된다.

전체 연료중 5%까지만 쓰면 시멘트성분엔 아무 지장이 없다.

게다가 폐타이어는 공짜로 쓸수 있다.

환경오염원 처리차원에서 취급되기 때문이다.

타이어협회는 처리시설을 갖춘 곳에 운송비도 안받고 날라준다.

시멘트업체로선 "폐타이어 확보=연료비 절감"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셈이다.

시멘트 업체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수 없다.

그런데 물량은 이미 동이 났다.

타이어협회가 추산하는 올해 폐타이어 발생량은 2천73만여개.

통상 80%가량 회수되는 점을 감안하면 확보물량은 1천6백만여개가 된다.

그런데 이미 공급처가 결정돼 있다.

자원재생공사에 2백만개, 고무분말 가공업체에 1백60만개, 소각시설에
30만개,쓰레기매립장 공사용 90만개를 떼어 줘야 한다.

쓸만한 타이어는 따로 모아 수출한다.

지난해 1백20만개를 해외로 시집보냈다.

8백50만개는 쌍용양회가 향후 5년간 입도선매했다.

지난해 9월초 타이어협회가 폐타이어 수요조사를 할때 유일하게 의사를
표시해 따낸 물량이다.

결국 임자가 없는 폐타이어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물량은 없는데 필요한 곳이 많으니 경쟁은 불가피하다.

한일시멘트가 2백만개를 확보하기 위해 타이어협회와 접촉중이다.

동양과 아세아도 물량을 구할수 있는지를 타진해 오고 있다.

그러나 타이어협회로선 속수무책이다.

올해라고 회수율이 특별히 높아질 턱이 없다.

협회관계자는 "한때는 처분하기가 힘들어 골치더니 이제는 처분해 주겠다는
곳이 많아 힘들다"며 "IMF체제가 몰고온 변화상을 실감하겠다"고 말했다.

< 박기호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