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기관들이 밀레니엄 버그(컴퓨터의 2000년 표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억달러씩의 거금을 쏟아붓고 있다.

세계 최대의 영업망을 갖고있는 시티코프는 30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6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JP모건 채이스맨해턴은행등도 각각 2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3억달러, 모건스탠리 딘위터등도 각각 1억달러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이 거액을 투입하며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2천년 표기문제가 특히
금융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만기가 2000년이후인 예금이나 채권등의 이자계산이 잘못돼
고객이 거꾸로 이자를 물어내도록 전표가 발송되거나 신용카드 사용이
중지되는등 혼란상이 속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결제일이 2000년이후인 모든 금융거래가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2000년 문제로 인한 금융혼란으로 금리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점에 착안한 파생금융상품까지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이들 금융기관의 잇단 대형 투자에는 감독당국의 독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 연준리(FRB)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검사항목에
밀레니엄 버그에 대한 준비활동을 포함시키는등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재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미국내에서만도 연간 70만명의 인력이
동원되고 최소 1천2백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 금융계 전체로는 약4천억 달러의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는 자금배분을 왜곡시켜 경제성장에도 막대한 태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의 연구기관인 DRI는 최근 밀레니엄 버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국경제성장율이 99년 0.3%, 2000년 0.5%포인트씩
하락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직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는
둔감한 기관들이 있기 때문에 정작 2000년이 왔을 때까지 컴퓨터 프로그램을
고치지 않은 기관이 15% 이상에 달하고 막대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 밀레니엄 버그 ]]

컴퓨터는 연도를 인식할때 끝자리 두숫자만 인식한다.

"2000년"은 "00년"으로 표시한다.

이렇게 될 경우 컴퓨터는 "1900년"과 "2000년"을 혼동해 사무를 처리하게
된다.

"천년(millenium)과 "컴퓨터프로그램상의 오류(bug)"를 합친 말이다.

< 정규재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