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를 맞아 만득이가 단단히 결심을 했다.

"보험회사없는 골프는 절대로 치지 않겠다"고.

어느날 골프제의가 들어오자 만득이는 우선 멤버부터 확인했다.

거기엔 실력은 변변찮은데 열받는데는 선수인 "보험회사"친구가 두명이나
있었다.

만득이는 득의의 미소를 띄우며 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18번홀에 다달았다.

그홀에는 마지막홀의 속성대로 그날의 최종승자를 가리는 한판승부가 걸려
있었다.

오너인 만득이는 총알같은 드라아버샷으로 페어웨이 한복판을 갈랐다.

반면 친구들의 티샷은 러프에 박히거나 하늘높이 떠 버리는 등
지리멸렬이었다.

만득이의 머리속엔 "나는 파이고 친구들은 최소 더블보기 한명에 보기
한명"이라는 계산이 그려졌다.

그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보험회사들이 페어웨이우드를 빼들을때 만득이는 점잖게 7번아이언으로
샷을 날렸다.

가서보니 만득이의 볼은 그린을 약간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너무 맘을 놓은 탓일까.

만득이의 짧은 어프로치는 홀에 3m나 못미쳤다.

볼들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친구들도 모두 그럭저럭 3온은 한 것이다.

그런데 가장 먼거리에 있던 볼이 "뗑그렁"소릴 내더니 그소리가 세번이나
연속됐다.

친구들은 모두 파였다.

그경우 만득이의 파퍼트가 들어갈리는 없는 법.

만득이는 혼자서 보기를 했다.

"아 매정한 골프여.

내가 파를 잡지 않는한 다른사람들의 실수는 하등 의미가 없는 것이로구나"

만득이는 울고 싶어졌다.

라운드후 친구들은 만득이에게 한방 더 먹였다.

"자네가 안나온다고 하면 우리도 안나올려고 했어.

요즘 어디 자네만한 보험회사가 있어야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