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욱 <한국컴팩컴퓨터 사장>

미국 다국적 기업의 지사장으로서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가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중에서 외국계 기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가장 곤혹스러운 이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국기업에 대한 견해는 과거 여러 설문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몇가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한 법인"보다 "한국기업이 외국에 세운 공장"이 한국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국내에서 국부를 창출하고 한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한국기업이 외국에 세운 공장"보다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다.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매력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투자유치 활동을 집요하게 벌이는 것도 자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그들의 경제에 크게 기여한다는 계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한국경제에 기여하는 것 중에서 가장
실질적이고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국내에서 부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한국 컴팩컴퓨터를 예로 들면 한국에 국제구매본부
(IPO : Intermational Procurement Office)를 실시하고 지난 96~97년 2년간
약 22억달러의 한국산 컴퓨터 부품을 해외로 수출했다.

이는 불과 15년전인 지난 83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과 맞먹는 엄청난
규모이다.

세계화가 우리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외국기업은 이제
더 이상 편견으로 바라볼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가야 할 동반자요 이웃이다.

이제 우리도 외국기업에 의심과 의혹의 눈길을 보낼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성적으로 평가하고 이땅의 기업으로서 선의의 경쟁상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국내기업과 똑같은 조건과 목적을 갖고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또 다른 "국내기업"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