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렛팩커드는 한국HP에 총 2억5천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이중 1억달러는 운전자금용이다.

투자라기 보다 지원성격이 강하다.

나머지 자금은 사옥매입이나 계측기공장을 증설하는데 쓰인다.

IMF(국제통화기금)구제금융시대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기업은 합작법인이나
외국인투자법인들이다.

이들 기업만이 해외에서 상업차관(론)을 들여오고 있다.

"우군"의 직접 혹은 측면 지원이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고금리한파를 비껴갈 수 있다.

국가신용이 곤두박질치면서 해외차입이 끊긴 국내 기업과 대조를 이룬다.

국내 기업중 현재 달러를 들여올수 있는 기업은 합작 및 외투법인뿐이다.

달러를 유치하는데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상업차관의 용도제한이 풀리면서 합작기업들은 저리의
운전자금용 외화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외자를 들여오면 금융비부담을 덜수 있다.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회복될 경우 환차익도 기대할수 있다.

재경부와 업계는 올들어 합작 및 외투법인의 상업차관도입은 80여건정도로
총1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있다.

가장 흔한 형태는 합작파트너로부터 돈을 직접 꿔오는 것이다.

기업내용을 잘 알고 있어 협상이 그만큼 쉽다.

들여온 외화는 단기차입금을 갚거나 운전자금용으로 활용된다.

한국폴라는 지난 2월초 일본폴라로부터 1천만달러를 연 2%금리로
차입했다.

이자부담이 국내의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동일레나운도 일본 레나운으로부터 4억엔을 들여오기로 하면서 연 2.5%의
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린나이코리아도 일본린나이로부터 2.3%의 금리로 17억엔을 빌렸다.

LG칼텍스는 합작파트너인 미국 칼텍스로부터 수출선수금과 수출자신용
방식으로 5억달러를 조달했다.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에 2.5%를 더한 금리조건이었다.

외국인투자법인이 본사로부터 직접 자금을 들여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도체부품업체인 헤라우스오리엔탈은 4월중 독일본사(헤라우스홀딩사)
로부터 2천만달러를 들여오기로 했다.

스포츠용품업체인 휠라코리아는 이태리 본사로부터 1천만달러를 리보에
1%를 더한 금리로 조달키로 했다.

롯데쇼핑이 일본롯데로부터 1억달러를 차입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졌다.

네트워크 전문업체인 3COM 역시 미국본사로부터 1천4백만달러를 조달키로
방침을 정했다.

한국IBM도 본사와 막바지 차입협상을 벌이고 있다.

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외국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에 성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합작파트너인 미국 킴벌리크라크사의 자문을 받아
미국계은행으로부터 6천만달러의 외화를 차입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LG칼텍스도 미국 파트너의 자문을 받아 옵션부채권을 발행해
2억5천만달러를 조달했다.

합작지분을 해외파트너에게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

한화바스프우레탄 효성바스프의 지분매각이 바로 이런 사례다.

화승화학은 화승파커 및 파커공조를 합작 파트너인 파카하나핀에
1천3백만달러에 팔았다.

진로쿠어스 OB맥주 하이트맥주도 기술제휴선 등에 일부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기업들 입장에서 외화를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은 지분매각뿐이다.

(주)대우와 현대자동차가 최근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왕자로부터
1억5천만달러를 들여온 것도 전환사채(CB)를 넘기는 형식이었다.

직접차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분을 매각해 합작기업으로 변신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신용도 올라간다.

그결과 국제금융시장에서 파이낸싱이 가능해진다.

파이낸싱능력은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이다.

대우가 GM과 제휴하고 삼성이 포드,인텔과 손잡으려는 것도 바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전략이다.

대우그룹관계자는 "구조조정의 실마리를 외자유치에서 찾아야 한다"며
"앞으로 기업경쟁력은 해외자금조달능력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익원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