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의 성공여부가 한국의 백년대계를 좌우한다. 그동안 은행감독원은
은행에 너무 관대했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강신경 은행감독원 부원장을 통해 시중은행
전무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금융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 위원장은 "금감위 직원들은 앞으로 6개월간 가족을 잊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개혁의 속도가 빨라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금융대변혁(빅뱅)"이 시작된다.

빅뱅을 주도할 금융감독위원회가 4월1일 정식 출범한다.

금감위에 설치된 "구조정특별대책반"은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은행과 제일은행 민영화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다른 은행들도 수술대에 오른다.

은감원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에 못미치는 12개은행에
경영정상화계획을 4월말까지 내도록 요구했다.

이 계획은 국제기구등이 참여하는 외부경영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는다.

평가결과에 따라 은행운명이 달라진다.

정상화전망이 어두운 은행은 영업정지 합병 폐쇄명령을 받을수 있다.

종금사식 구조조정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뿐 아니다.

증권사 투신사 보험사 리스사 등 모든 금융기관이 빅뱅의 가시권에 들어
있다.

은행 자회사들은 은행을 통해 정리될 전망이다.

은행 몇개를 합치거나, 금융기관 몇개를 폐쇄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은행과 증권사,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와 종금사 등 서로 다른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이 하나로 통합될 수도 있다.

금융기관간, 금융권간 장벽을 송두리째 허무는 말그대로 "빅뱅"이다.

합병과 전환을 촉진하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도 정비돼 있다.

일정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전 금융산업의 구조조정계획을 확정한다는게 금감위
방침이다.

이를 하반기에는 실질적인 변혁이 일어나게 된다.

정부가 빅뱅을 서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초래한 주된 원인중 하나가 금융기관 집단
부실화다.

6개월이상 이자를 한푼도 받지 못하는 부실여신이 은행만 32조원이다.

이를 방치했다간 IMF체제를 극복할수 없다.

금융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게 위기극복의 첩경이다.

금융개혁에 성공한 미국과 영국경제는 살아나고 금융개혁에 실패한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뒤늦게나마 일본은 4월1일부터 은행업과 증권업의 영역을 파괴하는 대대적
인 빅뱅을 실시한다.

비용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구조조정에 필수적인 부실채권정리에 적잖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재원마련이 과제다.

재정이 떠안게 되면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돌아간다.

줄잡아 40여만에 이르는 금융산업 종사자중 상당수가 겪게될 실직도
골칫거리다.

그렇다해도 빅뱅은 기업구조조정보다 화급한 과제이자 당위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게 중요하다.

"금융빅뱅은 시급하다. 겉으로 드러난 환부를 도려내는데 그쳐선 안된다.
진정으로 금융경쟁력을 강화할수 있는 방향을 설정한뒤 경쟁력없는 금융기관
의 자연적인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윤병철 하나은행회장)

< 금융빅뱅 특별취재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