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망망대해를 보면 자유를 꿈꾸고 희망을 부풀린다.

그러나 바다에 대한 이런 이미지는 썰물이 지나간뒤 질퍽거리는 갯벌을
볼 때면 그처럼 낭만적인 것에서 아주 현실적인 것으로 변한다.

갯벌 역시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어류 2백30종, 게류 1백30종, 새우류 1백30종, 조개류 58종이 서식하고
있는 서해안의 갯벌은 그야말로 어민들의 생계를 이어주고 그들이 꿈을 캐는
밭이다.

갯벌은 이처럼 생태계의 보고일뿐만 아니라 놀랄만한 바닷물 오염정화
능력도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갯벌이 영국의 염습지에 비해 최고 2백배에
가까운 정화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좁은 국토를 넓힐 수 있는 길은 오직 간척사업밖에 없다는 인식아래 그동안
우리나라의 갯벌들은 기회만 닿으면 메워졌다.

캐나다 미국의 동부해안, 독일 북해연안, 아마존강 유역과 함께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갯벌은 점점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발표한 실측결과에 따르면 갯벌면적은 국토의 2.4%인
2천3백93평방km로 87년말 2천8백15평방km에 비해 약 15%인 4백22평방km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87년조사가 인공위성을 이용한 것이어서 적게 측정된데다 87년이후
시화, 새만금 등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메워진 갯벌만도 8백10평방km나 돼
실제론 갯벌의 40%정도가 상실됐을 것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지난해 미국 메릴랜드대 환경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는 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갯벌 1ha당 9천9백96달러, 농경지 95달러선으로
나타나 갯벌이 농경지보다 1백배가 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94년까지 9만6천9백20ha의 갯벌이 매립됐고 지금도
6천7백10ha가 공사중이다.

오는 2002년까지는 전체 갯벌면적의 46%인 13만8백90ha가 매립될
계획이라고 한다.

토지자원을 늘리고 담수호를 만들어 농업 공업 생활용수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간척사업의 장점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이며
무엇보다 오염물질 정화능력이 탁월한 갯벌의 중요성을 깨달아 마구잡이
간척사업을 재고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채운다"는 속담도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