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가능할까"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31일 경상수지 5백억달러 흑자 달성방안을
내놓았을 때 기업인들이 보인 반응은 이랬다.

정부쪽에선 "황당한 계획"이라고 낮춰보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한경연의 답변은 그러나 자신감에 차있다.

"억지로 세운 목표가 아니라 통계를 분석한 결과가 그렇다"(좌승희 원장)는
것이다.

작년보다 16.9% 늘리기로 한 수출의 경우 한경연이 세운 예상치는
1천6백4억달러다.

산업자원부의 예상치 보다 1백29억달러가 많다.

증가율은 지난해(7%)의 2배가 넘는다.

예상치는 5백대기업의 수출목표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이들 기업의 올 수출증가율 목표는 평균 19.8%.

전체로 환산하면 올 수출예상치는 1천6백40억달러에 이른다.

한경연은 오히려 이보다 2% 포인트 정도 낮춰잡은 목표라고 설명했다.

수입은 어떤가.

한경연은 작년보다 3백20억달러 줄어든 1천80억달러까지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연은 "약간의" 수입자제 노력만 더해지면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우선 국제원유값이 작년의 절반으로 떨어져 이 부문에서만 70억~8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소비재 수입의 경우도 작년 보다 30% 가까이 "자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기계류 등 자본재는 기업들이 올 시설투자를 42% 줄일 방침을
세움에 따라 많게는 절반 가까이 감소될 것으로 한경연은 내다봤다.

이 부분에서만 2백50억달러가 감소된다.

수출을 위한 생산량 확보는 현재 68% 수준인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해결할 수 있다는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계산상으로는 이렇게 딱 떨어진다.

그러나 재계의 이 계획은 "정부 지원"이란 변수를 빼면 소용이 없어진다.

지난 1.4분기 처럼 오더를 따놓고도 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해 수출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계획은 계획에 그치고 만다.

한경연이 목표달성의 "전제"로 제시한 것은 그래서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수출지원용으로 최소 50억달러를 확보해야 한다.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면 이를 1백억달러로 확대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중소기업 무역어음의 재할인한도를 늘려야 한다.

외환수수료의 인하도 필요하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마케팅을 위해 해외에서 뛰어야 한다.

민간대표가 참여하는 민관합동무역위원회도 설립해야 한다.

이런 전제가 없으면 재계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5백억달러 흑자는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2차방정식"인 셈이다.

< 권영설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