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을 일으키자] (4) '마음을 먼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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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0년대 중반.
프랑스의 푸조자동차는 자국시장에 밀려오는 일제 오토바이와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10여년에 걸친 판매전 끝에 대부분의 현지업체들은 혼다 야마하 등에 손을
든 상태였다.
미테랑 대통령이 TV에 출연해 "프랑스인이 만드는 프랑스제 오토바이를
사달라"고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혼다는 불티나게 팔렸고 푸조는 혼다엔진을 사다 쓰는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프랑스인들이 그토록 혼다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
일까.
이유는 의외의 곳에서 발견됐다.
프랑스 청소년들은 TV에서 "북두신권" "세일러문" 등 일본 만화영화를 보며
자랐다.
어릴적부터 익숙해진 오토바이, 바로 "혼다"를 타며 영화속 주인공이 된
듯한 대리만족감을 맛보려 했던 것이다.
대림자동차 양은모 이사는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 먼저 잡지 영화 등 문화
상품을 수출해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본기업의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사실 미래의 소비자인 어린이에게 제품의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는데는
만화영화나 캐릭터만한 도구가 없다.
멀티미디어가 21세기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문화산업의 위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키마우스"는 자산가치만 54조원에 달한다는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이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선 미국어린이들이 미키마우스보다 "닌자거북이"
"고질라" 등 일본산 캐릭터에 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닌텐도 세가 등 일본 게임소프트업체들이 세계시장을 휩쓸며 동심마저
일본화시켰기 때문이다.
김수정 (주)둘리나라 대표(만화영화 제작자)는 "일본은 만화영화나
게임소프트를 수출할 때 반드시 히라카나(일본글자)나 일본상품이 화면에
비추도록 고집한다"며 "어린이들이 눈에 익숙해진 상품을 사려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산품이 수출일선에서 싸우는 "보병"이라면 문화는 수출품을 지원하는
"함포사격"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화산업은 이같이 외곽에서 지원만하는게 아니다.
패션 게임소프트 영화 등과 같이 자체만으로도 높은 상품성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는 60년대만 해도 프랑스나 영국의 디자인을 받아 옷을 하청생산
하던 신세였다.
그러나 70년 "밀라노 패션쇼" 개최를 계기로 저임금 대량생산정책을 포기
했다.
대신 디자인과 색채 개발에 박차를 가해 베테통 브렌타노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LG패션 손창기 차장은 "이탈리아 의류업은 정부와 기업이 합심하여 문화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일궈낸 모범사례"라고 평가했다.
한국에서도 문화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확산돼 가는 추세다.
문제는 정부와 기업이 따로 놀며 투자의 우선순위에서도 항상 뒤로 밀려
난다는데 있다.
게다가 IMF 한파는 가뜩이나 취약한 문화수출 기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해외 문화이벤트가 장기적으로 수출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나
문제는 기획력과 자금"(신원식 무역협회 상무)이라는 고충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문화수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할 시기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태하 에델만코리아 사장은 "위기 자체를 홍보거리로 이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금 문화를 외면한다면 국산품은 앞으로도 저급품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를 살리고 이를 상품화해 내는 기획력이 공산품에도 생명과 가치를
불어넣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다.
<이영훈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일자 ).
프랑스의 푸조자동차는 자국시장에 밀려오는 일제 오토바이와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10여년에 걸친 판매전 끝에 대부분의 현지업체들은 혼다 야마하 등에 손을
든 상태였다.
미테랑 대통령이 TV에 출연해 "프랑스인이 만드는 프랑스제 오토바이를
사달라"고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혼다는 불티나게 팔렸고 푸조는 혼다엔진을 사다 쓰는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프랑스인들이 그토록 혼다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
일까.
이유는 의외의 곳에서 발견됐다.
프랑스 청소년들은 TV에서 "북두신권" "세일러문" 등 일본 만화영화를 보며
자랐다.
어릴적부터 익숙해진 오토바이, 바로 "혼다"를 타며 영화속 주인공이 된
듯한 대리만족감을 맛보려 했던 것이다.
대림자동차 양은모 이사는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 먼저 잡지 영화 등 문화
상품을 수출해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본기업의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사실 미래의 소비자인 어린이에게 제품의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는데는
만화영화나 캐릭터만한 도구가 없다.
멀티미디어가 21세기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문화산업의 위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키마우스"는 자산가치만 54조원에 달한다는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이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선 미국어린이들이 미키마우스보다 "닌자거북이"
"고질라" 등 일본산 캐릭터에 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닌텐도 세가 등 일본 게임소프트업체들이 세계시장을 휩쓸며 동심마저
일본화시켰기 때문이다.
김수정 (주)둘리나라 대표(만화영화 제작자)는 "일본은 만화영화나
게임소프트를 수출할 때 반드시 히라카나(일본글자)나 일본상품이 화면에
비추도록 고집한다"며 "어린이들이 눈에 익숙해진 상품을 사려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산품이 수출일선에서 싸우는 "보병"이라면 문화는 수출품을 지원하는
"함포사격"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화산업은 이같이 외곽에서 지원만하는게 아니다.
패션 게임소프트 영화 등과 같이 자체만으로도 높은 상품성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는 60년대만 해도 프랑스나 영국의 디자인을 받아 옷을 하청생산
하던 신세였다.
그러나 70년 "밀라노 패션쇼" 개최를 계기로 저임금 대량생산정책을 포기
했다.
대신 디자인과 색채 개발에 박차를 가해 베테통 브렌타노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LG패션 손창기 차장은 "이탈리아 의류업은 정부와 기업이 합심하여 문화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일궈낸 모범사례"라고 평가했다.
한국에서도 문화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확산돼 가는 추세다.
문제는 정부와 기업이 따로 놀며 투자의 우선순위에서도 항상 뒤로 밀려
난다는데 있다.
게다가 IMF 한파는 가뜩이나 취약한 문화수출 기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해외 문화이벤트가 장기적으로 수출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나
문제는 기획력과 자금"(신원식 무역협회 상무)이라는 고충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문화수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할 시기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태하 에델만코리아 사장은 "위기 자체를 홍보거리로 이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금 문화를 외면한다면 국산품은 앞으로도 저급품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를 살리고 이를 상품화해 내는 기획력이 공산품에도 생명과 가치를
불어넣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다.
<이영훈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