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이 일본금융시장을 뒤흔들면서 지난 86년영국의 빅뱅때와 같은
"윔블던현상"을 재현할 것인가.

1천2백조엔에 이르는 개인금융자산이 외국의 손아귀로 빠져나갈것인가.

일본판 빅뱅의 결과가 과연 어떻게 나올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일본판 빅뱅의 예상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로 나눠볼수 있다.

첫번째는 외국금융기관들의 공세로 인해 국내자산이 외화예금 등으로
상당부분 유출된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해외예금잔고비율이 미국 유럽에 비해 훨씬 낮다는데 근거를
두고있다.

일본의 통화공급량대비 해외예금잔고는 0.8%.

유럽과 미국의 10%전후와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다.

3년에 걸쳐 미국과 같은 7%선으로 상승한다면 40조엔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수수료인하로 실질금리가 1%상승할 경우 대외증권
투자가 연간 약8천7백억엔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윔블던현상"이 일어나면서 경쟁에서 밀린 일본의
증권사와 은행들이 대거 문을 닫는 사태가 온다는 것이다.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영국이외의 국가들이 우승을 독차지한 것 처럼
영국의 금융빅뱅때 영국기관들이 무너져버린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일본시장도 미국 등 외국기자본이 장악해 버린다는 암울한 진단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자산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낙관론이다.

자산해외운용규제가 계속 완화돼 왔기때문에 4.1빅뱅조치로 갑자기
자본이 유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인들의 리스크회피성향도 이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근거중 하나다.

1천2백조엔의 개인금융자산 가운데 57%가 예금과 저축이다.

반면 위험성이 있는주식등 유가증권과 투신은 12%에 불과하다.

금리(공정할인율0.5%)보다는 안정성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판빅뱅은 3가지시나리오 가운데 어떤것으로 나타날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첫번째를 꼽고있다.

미국과 일본간의 장기금리차, 엔화환율 등 구조적 문제를 감안할때
자본유출이 불가피하다는것이다.

이들은 1백조엔에서 최대5백조엔 규모의 자산이 이동할것으로 보고있다.

일본의 자산이동에 대비, 한국현지법인들도 자산유치에 나섰다.

엔화환율과 주가가 동시에 폭락하는 가운데 헤이세이금융개혁이 시동에
들어갔다.

"쇄국"의 빗장을 풀고 금융시장을 선진화할 것인가, 아니면 "약육강식"의
싸움터에서 일본 금융기관들이 도태당할 것인가, 일본판 빅뱅의 귀추가
주목된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