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투자회사인 DLJ가 국내 금융기관의 원화 부실채권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외국금융기관은 그동안 국내은행들의 해외 부실채권을 일부 사는데 그쳤다.

한일은행은 2일 DLJ(도날드슨러프킨&젠렛)사가 최근 한국을 방문, 국내
부실채권 현황을 파악한데 이어 메모랜덤(의향서)를 통해 매입의사를
공식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원화 부실채권 매각제의를 공식화한 해외 금융기관은 DLJ가 처음이다.

DLJ는 미국의 대형 생명보험회사인 에퀴터블(The Equitable)이 출자한
회사로 BBB등급 이하의 투자부적격 채권(정크본드)을 주로 매입하는 기관
이다.

DLJ는 정크본드만 1백억달러이상 투자하는 등 자산이 7백30여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DLJ는 "주요 재벌에 나간 대출채권에 관심이 있다"며 "부실채권뿐만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채권을 원한다"고 밝혔다.

DLJ는 달러화표시 부실채권을 우선 찾고 있지만 원화표시 부실채권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DLJ는 한일은행에 <>매각할 채권리스트(담보유무 포함) <>이자율및 이자
지급빈도 <>상각일정 <>미상환 원금규모 등을 제공해 주도록 요청했다.

DLJ는 특히 성업공사에 팔리지 않은 기아 부실채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방법과 관련, 부실자산을 증권화해 사거나 직접 매입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DLJ는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제출받은 부실채권 자료를 근거로 검토작업을 벌인 뒤 가격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부실채권 매매가 1차적으로 이뤄진 후에도 거래를 계속하겠다며 적극적
인 자세를 취했다.

이에대해 한일은행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부실채권 정리가 시급한 현안
이므로 매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일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개방되는 등 외국인이 원화 부실채권을
사는 것과 관련한 걸림돌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가격만 맞으면 얼마든지
팔겠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그동안 국내 부동산 매입이 법으로 금지돼 있었기 때문에
대출과 연계된 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했다.

따라서 원화 부실채권을 사는 것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한일은행은 그러나 외국 금융기관이 턱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에
대비, 부실채권을 환매조건부로 파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부실채권을 매각하면 달러를 들여올 수 있는데다 BIS
(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높일 수 있어서다.

부실채권과 몇년짜리 정기예금을 맞교환하는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외국계 금융기관은 해당기업이 나중에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높은
투자수익률을 예상, 국내 부실채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 이성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