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 동화은행 주주총회장.

주총 시작후 30분이 흘렀을까.

이 은행 최대주주인 승항배씨는 단상으로 올라가 거세게 항의했다.

"자본금도 적은 은행이 어떻게 주식투자규모는 3천억원이 넘느냐.
주식시장이 침체인데 왜 주식투자를 늘렸느냐"는 내용이었다.

은행이 대규모적자를 기록하게 된데는 무리한 주식투자가 큰 원인이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은행측은 묵묵부답이었다.

발언을 제지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것이 96년 결산에서 3백89억원의 유가증권 평가충당금을 쌓았던
동화은행은 97년말엔 1천1백57억원을 적립해야 했다.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봤다는 걸 부인할수 없었던 것이다.

남들은 주식투자를 줄였지만 동화은행은 되레 늘렸던 것이다.

그 결과 작년 적자규모는 1천3백87억원에 이르렀다.

이쯤되면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안정적 손익을 확보하겠다"는
평소의 경영방침은 실종된거나 다름없다.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수 있다.

외환은행은 97년 상반기 외형경쟁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적이 있다.

철저하게 수익성을 분석, 내실경영을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은행에 이익이 되지 않는 고금리 수신은 지양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래서 금융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처음에는 말대로 지켜지는 듯했다.

그러나 후발은행이 금리를 치고 나오고,부실금융기관이 물불가리지 않고
예금을 끌어들이자 외환은행도 무릎을 꿇었다.

수익성이 없어도 예금을 유치해야했다.

뒤따라 금리를 올린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부 후발은행들마저 "외환은행이 공공기관들에게 네고금리를 턱없이 높게
제시하고 있다"고 불평할 정도로 금리를 높였다.

이런 점에서 은행경영은 "명분따로 실천따로" 식이다.

과당경쟁이 불러온 부작용일수도 있다.

이런 경영관행은 곳곳에서 엿볼수 있다.

지난 2월 주총때 은행들은 부실경영책임을 묻겠다는 명분으로 너도나도
임원숫자를 축소했다.

많게는 5명까지 줄인 은행도 나왔다.

대형선발은행들은 대체로 2명정도를 줄였다.

임기가 채안된 임원들 옷을 벗기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은 "은행들이 이제 제정신을 차렸구나" 했다.

그러나 환골탈태란 쉽지 않은 법.상업 한일 조흥은행 등은 은행임원을
줄인 만큼 이사대우를 늘렸다.

말이 이사대우지 이사대우는 임원이나 진배없다.

단지 말장난이다.

그래놓고도 이들 은행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영혁신을 한다고 엄살을
떨었다.

국내은행들은 이제 주먹구구식 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영환경이 딴판으로 바뀌었다.

미래비전과 장단기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해답은 뻔하다.

굳이 외국의 컨설팅회사에 맡길 필요도 없다.

< 이성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