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를 찾은 엄마들 가운데 아이의 귀지를 파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귀지는 제거할 필요가 없다.

귀지는 아미노산과 지방산, 병원균에 대항하는 라이소자임과 면역글로불린
으로 이뤄져 있다.

병원균대항에 필요한 물질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외이도와 고막의 피부는 특이하게 귀 바깥방향으로 자란다.

내버려둬도 귀지는 자연히 귀밖으로 배출된다.

그 이동속도는 하루 0.05mm로 손톱자라는 속도와 비슷하다.

따라서 많은 엄마들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귀지가 많은 것은 병적인 상태가
아니다.

귀지가 많아도 소리를 듣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오히려 귀를 후비면 물리적 자극으로 귀지선에서 더 많은 귀지가 분비될
뿐이다.

귀지를 파거나 가렵다고 후비다가 외이도벽이 손상돼 피가 나거나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외이는 거의 다칠 일이 없는 부위인데도 말이다.

다만 외이의 좁아진 부분을 귀지가 꽉 막아버렸거나 수영이나 목욕으로
귀지가 물에 불어 통증을 호소할때는 병원에서 의사가 제거해야 한다.

마른 귀지는 괜찮지만 젖은 귀지는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육식이 많은 백인과 흑인은 젖은 귀지가 많고 채식이 주된 동양인은 마른
귀지가 많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우리나라 사람도 젖은 귀지가 많아졌다.

우훈영 < 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