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주요 발전소의 건설계획을 상당기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중
이라고 한다.

보도(본지 3일자 11면)에 따르면 한전은 울진원전3~6호기를 비롯 이미
발주한 14개발전소의 착공 및 준공시기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2개월까지
늦추거나 보류키로 하고 이를 관련업계와 협의중이라는 것이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전력이 남아돌고 환율상승에 따른 자금부담증가로
재원조달마저 여의치못하다는 한전의 어려운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의 하나인 발전소 건설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좀 더 신중히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전력수급은 수십년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되고,
전원개발계획이 수립 집행돼야 한다.

지난 80년대초 단행됐던 발전소건설계획의 축소로 90년대 들어 계속 전력
부족을 겪어야 했던 경험만으로도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의 이유는 충분히
설명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의 매년 여름철 성수기의 전력예비율이 떨어져
조마조마한 상황이 지속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전력의 수요는 갑작스레 늘어날 수 있지만 공급은 쉽게 늘리기
어렵다.

발전소 건설은 착공에서 준공까지의 기간만도 10년이 넘게 걸린다.

따라서 외환위기로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해서 발전소건설계획을 축소
하거나 연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또 당면한 경제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근의 실업사태는 갈수록 더욱 악화될 소지가 많다.

때문에 SOC건설 등을 통해 민간기업의 위축에서 생기는 실업충격을 공공
부문이 다소라도 흡수해줘야 한다.

그런점에서 발전소건설계획은 추가재원확보를 통해서라도 차질없이
추진되는 것이 옳다.

또 이미 발주된 건설계획이 갑자기 축소되거나 연기됨으로써 관련
민간기업들이 겪게될 경영차질과 막대한 손실도 걱정되는 부작용중의
하나다.

물론 외환위기가 단기간내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발전소건설이 사후적으로 과잉투자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만약의 전력부족사태가 가져올 국가적 손실에 비하면
훨씬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좀더 장기적으로 통일에 대비한 SOC확충 문제를 생각한다면 재원조달이
허용되는 범위내에서는 될수록 많은 건설이 필요하다.

가령 전력공급에 과잉현상이 빚어진다면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일부를 공급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적으로 그것을 가능케할 여건조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이달말께 발전소건설 연기문제를 포함해서 지난해 확정한
전원개발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