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는 지난주말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일본 엔화폭락으로 제2의
외환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긴급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엔화급락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일본금융기관이 미국채권을 대거 처분,
미국금리가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는등 세계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외환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 추가하락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 경제분석가 제프리 영은 5일 엔화가 2-3개월안에
달러당 1백40엔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내금융전문가들은 "엔화가 달러당 1백40엔대로 폭락하면 원화는 달러당
1천5백원이상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원화환율상승은 정부가 추진하는 금리인하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외국투자자들을 한국시장에서 떠나게 해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이에따라 엔화가 달러당 1백40엔, 최악의 경우 1백50엔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단계적 시나리오을 마련, 대비책을 강구중이다.

재정경제부는 우선 엔화폭락이 제2환란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선 신인도제고가 급선무라고 판단, 금융기관과 기업구조조정을 앞당길
방침이다.

또 외국인투자한도확대나 외환거래자유화도 조속히 실시하는등 이미 발표된
정책을 가능한 빨리 추진할 계획이다.

또 지난달말 2백40억달러를 넘어선 외환보유고를 조기에 늘리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30억달러에서 50억달러까지
늘릴 방침이다.

재경부관계자는 일본이 경제위기를 겪더라도 한국은 신인도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국투자자들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
하다고 강조했다.

재계도 대비책마련에 분주하다.

1백억달러이상을 일본은행들에서 빌려 쓰고 있는 기업들은 일본금융기관들
이 돈줄을 조여 자금사정이 나빠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또 엔화폭락으로 가전 자동차 기계 조선 철강업계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엔화가 1백5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출에 미치는
영향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원식 무역협회상무는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해선 안된다"며 "무역
금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등의 지원책을 서둘러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광철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