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신용등급 조정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미국 무디스사 직원들은
격세지감을 느껴야 했다.

자신들에 대한 대접이 이전과는 영 딴판이었기 때문.

가는 곳마다 자신들을 반겼고 정부측도 만나자는 제의에 기꺼이 응해오는 등
일을 해나가는데 어려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한국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무디스 등 외국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뒤 국제금융시장에서 받은 홀대를 뼈저리게 느낀
탓이다.

<>신용평가의 중요성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되고나서 신용평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신용평가란 기업이 발행하는 특정 유가증권이나 특정채무에 대한 원리금을
적기에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해 일정한 등급을 매겨 공시하는 제도.

이때 평가전문기관이 개입된다.

투자자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도를 사전에 충분히 판단하도록 해
선의의 피해를 줄이자는게 제도의 기본 취지이다.

단순히 채권의 상환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신용평가사가
발표하는 등급이나 신용전망은 한 기업을 살리고 죽일뿐 더러 나아가 국가
경제마저 흔들고 있다.

얼마전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었다.

사실여부를 떠나 그보도로 인해 국내 주가는 출렁거렸고 환율은 치솟는 등
자금및 외환시장에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신용평가사들의 한마디가 얼마나 금융시장에 위력을 떨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해프닝중의 하나였다.

<>발전단계인 한국의 신용평가산업 =한국의 신용평가산업은 외국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전문기관은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등
3개사.

S&P 무디스에 비하면 아직까지 영향력이 미미한 편이라는게 중론이다.

신용평가시장이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탓이다.

현재 국내 평가시장 규모는 대략 2백억원정도.

평가대상이 되는 유가증권은 무보증회사채와 기업어음(CP)뿐이다.

국가의 신용등급이나 장기회사채 단기회사채등에 대한 평가와 신용도
전망을 발표하는 외국에 비하면 시장규모 자체가 작다.

제한된 시장에서 평가수주를 따내야하는 경쟁 상황때문에 독립성도 다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은 무보증채권이나 CP 발행에 앞서 신용등급을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전문기관에 평가를 의뢰한다.

따라서 의뢰 기업의 입장이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유망시장 =신용평가산업의 앞날은 밝다고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금융시스템이 회복되면서 과학적인 투자기법이 점차 각광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

평가대상도 무보채에서 일반 회사채는 물론 기업이나 그룹에 대한
평가로까지 넓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용사회가 앞당겨지면서 이들 평가회사들은 신용정보사업의 업무영역을
확장하는 추세이다.

개인 기업의 신용정보를 조사해 판매하는 신용정보사업은 평가사업과 함께
신용평가산업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신용평가산업의 무한한 미래를 내다보고 외국 업체들도 국내 진출을
준비중이다.

S&P는 서울에 연락소를 개설하고 지점 설립을 준비중이다.

무디스측도 올해안에 한국시장에 들어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 확보 시급 =평가시장 개방과 함께 국내 신용평가업체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먼저 평가기준의 선진화와 데이터베이스 구축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경제적부가가치(EVA)등 선진 재무기준들이 평가요건에 포함되는
추세이다.

평가인력의 전문성도 지적되고 있다.

평가수주를 따내려하기보다는 객관적인 평가등급을 산정해 스스로의
권위를 높이려는 평가회사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신용평가산업은 무형 자산인 신용정보를 파는 지식산업이다.

21세기 정보사회를 선도하는 신용평가산업의 미래는 지금 활짝 열리고 있다.

< 정태웅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