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어린이들은 장래희망으로 "대통령"을 가장 많이 꼽았다.

요즘은 달라졌다.

대통령마다 끝이 불행했던 역사를 반영해서인지, 실패한 권력자의 비참한
모습을 지켜봐서인지 대통령은 이제 더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아이들은 대신 서슴없이 "깡패"가 되겠다고 한다.

이는 "모래시계 증후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의 세계보다 더 비정하게 보이는 마피아집단도 속깊이 들여다보면
돈독한 의리와 가족애, 프로의식이 있는 만큼 조금 삐딱하게 보면 얼마든지
매력적인 세계로 비쳐질 수 있다.

권력의 세계에서 배신과 기회주의적 태도가 더 판을 치고 있으니 그럴만
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래시계 이후의 TV공해는 심각하다.

안정을 요하는 잠자리시간대에 거의 모든 채널이 폭력드라마를 다뤄
정서적 황폐함마저 느끼게 한다.

청소년 범죄율이 치솟고 그 잔인함이 정도를 넘은데는 TV프로그램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이상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한 청소년가수의
댄스음악만을 틀어주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일본에는 먹거리문화가 발달한 것을 보여주듯 식도락프로그램이 많고
프랑스는 잔잔한 토크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드라마와 토크쇼, 그리고 고전과 현대를 아우른 음악프로그램이
안배돼 편향된 느낌을 주지 않는다.

IMF로 인해 방송사마다 프로그램개편을 선언하고 있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비도덕적인 인간관계를 주제로한 드라마 경쟁은 여전하다.

국적불명의 청소년 음악프로그램도 줄지 않았다.

이같은 TV프로그램은 청소년의 창조적 재능계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늘어가는 주부범죄도 TV의 폭력, 범죄물에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방송3사는 TV공해를 줄이는 프로그램편성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질 때가 된
것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