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화가" 강요배씨는 4월이 오면 괴롭다.

제주를 할퀴고간 4.3사건에 대한 기억이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탓이다.

화가로서 역사적 책무감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가 서울 종로구 관훈동 학고재(739-4937)에서 4.3사건을 주제로한
전시회를 열고있다.

4.3사건 50주년을 맞아 오는 12일까지 계속되는 "동백꽃 지다 강요배의
역사화전".

반세기가 되도록 역사적 구명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건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전시된 작품은 56점.

이 가운데 49점은 지난 92년 발표했던 "동백꽃 지다" 연작이고 7점은
신작이다.

출품작들은 종이에 펜과 목탄, 붓, 콘테등으로 그린 흑백데생에서부터
원색의 대형 유화까지 다양하다.

작품들은 시간별로 사건의 추이를 따라 전개돼 4.3의 처절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각 장면은 이 사건을 직접 겪은 노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 이정환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