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병.의원이 크게 늘고 있다.

불황여파로 환자수가 20%이상 줄어든데다 환율인상으로 리스료 및 재료대
부담이 50%이상 커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의료기관이 연초 인상된 의약품값을 지급해야하는 이달부터 소형
병원을 중심으로 집단폐업사태가 우려된다.

5일 병원협회 및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월평균 1백78개 의료기관이 휴.폐업했으나 지난 1월에는 2백52개, 지난
2월에는 2백66개로 약 40%이상 증가했다.

올들어 폐업하거나 부도를 맞은 병원(30병상이상)은 단국대 천안병원,
의왕 고려병원, 영천 성베드로병원, 아산 제일병원, 충북 연세병원, 강원
성모병원 등으로 20개에 육박한다.

지난 90년이후 병원수는 매년 30~40개씩 늘었으나 이달초 병원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회비징수대상은 7백80개로 지난해 동기보다 9개 증가하는데
그쳤다.

의원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서민들이 진료비 부담으로 가까운 의원보다 거리가 먼 보건소를 즐겨 찾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 2월말까지 폐업 등의 이유로 의료보험요양기관 지정을 취소한
의원은 2백23개소로 지난해 동기(2백3개)보다 10%가량 늘었다.

지난해만해도 월평균 1백79개(연간 2천1백52개) 의원이 신설됐지만 지난
1월에는 1백20개로 급감했다.

치료보다는 보약 조제에 치중해온 한의원도 휘청거리는 것은 마찬가지.

지난해 11월만해도 서울 동대문과 종로에서 5백여개의 한의원이 성업중
이었으나 지난달말까지 2백개소가 문을 닫았다.

대구 등 일부 지방의 경우 새로 문을 연 한의원 80%이상이 자동폐업할
정도다.

몰려드는 환자로 행복한 고민을 했던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중 최신
시설을 갖춘 2~3개 병원을 제외하고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조차 대기
환자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연초에 대폭 오른 의약품대금을 지급해야하는데다
의료보험 진료비도 줄고 있어 저리자금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이 없는한
의료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전문가들은 "의료기관도 민간기업과 같이 살아남기위해 인건비 축소,
진료과목의 전문화 등 피나는 자구노력을 펼쳐야한다"며 "의료기관을 살리기
위한 무분별한 의료보험수가 인상은 결국 전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뿐"이라고
지적했다.

<최승욱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