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슬롯머신으로 번 돈은 국내에서 과세대상인가 아닌가.

국세청은 최근 동남아에서 하룻밤새 미화 1백만달러(작년 11월기준 약
10억원)를 횡재한 K모(35. 모여행사 부장)씨에게 소득세 3억여원을 물렸다.

소득세법상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일단 ''기타소득''으로 보야 한다는
해석이다.

지난 66년 국세청 개청이래 해외도박소득 과세건은 처음이다.

국세청이 이 사건을 알게 된 건 작년말.

모은행에서 수십만달러를 환전해간 K씨의 실적을 통보받은 것.

국세청은 비밀리에 K씨와 은행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혹시 환치기 등 범죄조직의 비자금인지를 캐기 위해서였다.

조사결과 슬롯머신으로 횡재한 사실을 알았다.

"K씨가 환전후에 거액의 헌금을 교회에 낸데다 세금을 내려고 수억원을
은행에 예치한 사실을 알고는 국세청이 K씨의 말을 믿은 것 같다"고 은행
관계자는 말했다.

문제는 이 돈에 대해 과세하느냐가 논란거리.

국내 소득세법상 21조(기타소득)1항 4호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규정하는 행위에 참가해 얻은 재산상의 이익"은 소득세를 물리도록
돼있다.

그러나 K씨가 이용한 외국의 슬롯머신업소는 우리나라의 "사행행위규제
법률"에 규정된 장소가 아니다.

"열거되지 않은 내용은 과세할 수 없다"는 원칙에 부닥친 것.

국세청은 세금전문가와 재경부의 해석을 받은 결과 "국내 거주자의 국내외
발생소득을 모두 과세한다"는 소득세법 원칙에 따라 과세키로 최종결론을
내렸다.

K씨가 슬롯머신 게임에 투자한 본전 몇백달러만 필요경비로 소득공제됐다.

K씨는 과세처분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

<정구학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