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 '아시아 위기...' 강연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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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울펜손(James D. Wolfensohn) 세계은행(IBRD) 총재는 한국의 외환
위기와 관련, "금융감독 등에 대한 정부의 월권과 정책부재가 주요 원인
이었다"고 규정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불투명성을 비판하고 있지만
정책이 투명하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펜슨 총재는 워싱턴내셔널 프레스센터 창립 90주년 기념 특별 오찬
강연회에서 "아시아위기 전말과 전망"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강연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하루 이틀 새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불과 석달전에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의 페이스로 위기를 벗어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펜슨 총재의 연설 내용을 간추린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30년동안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5%씩 성장하는
눈부신 발전을 보여왔다.
2억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 기간동안 빈곤계층 비율이 60%에서
11%로 대폭 감소했다.
정부의 재정정책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국가마다 차이는 잇지만 대체로 1.3~1.6%의 재정 흑자를 유지해 왔다.
누적된 재정적자로 쩔쩔매 온 미국같은 나라와는 비교가 안된다.
저축률도 뛰어났다.
미국의 두 배가 넘는 평균 30%를 기록해 왔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도대체 아시아에 왜 외환위기가 일어났는지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몇몇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잔뜩 부풀어 올랐던 풍선이 바늘에 찔려
터져 버리고 만 것"일 뿐인가.
순식간에 아시아를 휩쓸어 버린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아시아 국가들이 갑작스레 위기를 맞은 것은 여러가지 요인을 들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점"이다.
엄밀히 말해 한국등 아시아 국가들의 정부는 "무위"라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
금융과 민간부문을 감독하고 조정해야 할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국의 경우 단기차입금중 대부분이 장기투자에 투입됐다.
"시스템의 문제"를 키워 왔던 셈이다.
시스템의 문제란 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말한다.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재는 은행 감독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는 연방 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가 있고, 통화검사국
(Comptroller of Currency)에서 은행들의 업무를 감시하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업무진행상황을 이들 기관에 보고하는 것이
당연시돼 있다.
감독당국은 은행에 대해 "부동산 투자를 좀 줄이는게 좋겠다.
이 부문의 투자도 다소 조정해 보지 않겠는가"는 식으로 주문한다.
내가 영국에서 은행을 경영하고 있었을때,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총재가
이따금씩 은행장들을 불러 티타임을 갖곤했다.
그때 영란은행 총재는 어떤 은행장들에게 "이쪽 분야는 좀 체중을 줄이는게
좋을 것 같소"라는 식으로 말했다.
영국의 은행장들에게 중앙은행 총재의 이런 말 한마디는 곧 "명령"으로
받아들여졌고, 지적받은 사항을 즉시 실행해야 했다.
아시아에는 이런 전통이 없다.
감독 활동이 극히 미약했다.
명목적인 금융감독이 있긴 하지만 심층적인 감독 활동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에 돈을 빌려준 외국은행들에도 문제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기업들에 6백억~8백억달러의 거금을 적정한 검토도 없이 선뜻
빌려준 외국은행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일방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쌍방향의 문제"로
봐야 옳다.
이런 반성의 토대위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다음의 두가지 초점을 맞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첫째는 감독과 통제기능을 되살리는 방향으로의 금융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 스스로도 이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폭넓은 금융감독이 이뤄지면 질수록 경제전반이 그만큼 투명해질 것이다.
세계은행과 선진국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런 방향으로 개혁해 나가도록
적극 도와줘야 한다.
둘째로 법체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파산절차가 투명하지 않아 외국투자가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다른 법률도 기준이 모호한 것들이 적지 않다.
법체제가 투명해져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이 이들 두 가지 사항을 유념해 개혁을 추진한다면 아마도
3년뒤에 나는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아시아의 새로운 기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기적"은 이전보다 훨씬 공고한 기반위에 서 있을 것이다.
보다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국제금융기준에 부합하는 제도위에서 새로운
번영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
위기와 관련, "금융감독 등에 대한 정부의 월권과 정책부재가 주요 원인
이었다"고 규정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불투명성을 비판하고 있지만
정책이 투명하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펜슨 총재는 워싱턴내셔널 프레스센터 창립 90주년 기념 특별 오찬
강연회에서 "아시아위기 전말과 전망"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강연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하루 이틀 새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불과 석달전에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의 페이스로 위기를 벗어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펜슨 총재의 연설 내용을 간추린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30년동안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5%씩 성장하는
눈부신 발전을 보여왔다.
2억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 기간동안 빈곤계층 비율이 60%에서
11%로 대폭 감소했다.
정부의 재정정책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국가마다 차이는 잇지만 대체로 1.3~1.6%의 재정 흑자를 유지해 왔다.
누적된 재정적자로 쩔쩔매 온 미국같은 나라와는 비교가 안된다.
저축률도 뛰어났다.
미국의 두 배가 넘는 평균 30%를 기록해 왔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도대체 아시아에 왜 외환위기가 일어났는지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몇몇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잔뜩 부풀어 올랐던 풍선이 바늘에 찔려
터져 버리고 만 것"일 뿐인가.
순식간에 아시아를 휩쓸어 버린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아시아 국가들이 갑작스레 위기를 맞은 것은 여러가지 요인을 들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점"이다.
엄밀히 말해 한국등 아시아 국가들의 정부는 "무위"라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
금융과 민간부문을 감독하고 조정해야 할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국의 경우 단기차입금중 대부분이 장기투자에 투입됐다.
"시스템의 문제"를 키워 왔던 셈이다.
시스템의 문제란 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말한다.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재는 은행 감독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는 연방 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가 있고, 통화검사국
(Comptroller of Currency)에서 은행들의 업무를 감시하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업무진행상황을 이들 기관에 보고하는 것이
당연시돼 있다.
감독당국은 은행에 대해 "부동산 투자를 좀 줄이는게 좋겠다.
이 부문의 투자도 다소 조정해 보지 않겠는가"는 식으로 주문한다.
내가 영국에서 은행을 경영하고 있었을때,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총재가
이따금씩 은행장들을 불러 티타임을 갖곤했다.
그때 영란은행 총재는 어떤 은행장들에게 "이쪽 분야는 좀 체중을 줄이는게
좋을 것 같소"라는 식으로 말했다.
영국의 은행장들에게 중앙은행 총재의 이런 말 한마디는 곧 "명령"으로
받아들여졌고, 지적받은 사항을 즉시 실행해야 했다.
아시아에는 이런 전통이 없다.
감독 활동이 극히 미약했다.
명목적인 금융감독이 있긴 하지만 심층적인 감독 활동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에 돈을 빌려준 외국은행들에도 문제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기업들에 6백억~8백억달러의 거금을 적정한 검토도 없이 선뜻
빌려준 외국은행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일방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쌍방향의 문제"로
봐야 옳다.
이런 반성의 토대위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다음의 두가지 초점을 맞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첫째는 감독과 통제기능을 되살리는 방향으로의 금융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 스스로도 이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폭넓은 금융감독이 이뤄지면 질수록 경제전반이 그만큼 투명해질 것이다.
세계은행과 선진국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런 방향으로 개혁해 나가도록
적극 도와줘야 한다.
둘째로 법체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파산절차가 투명하지 않아 외국투자가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다른 법률도 기준이 모호한 것들이 적지 않다.
법체제가 투명해져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이 이들 두 가지 사항을 유념해 개혁을 추진한다면 아마도
3년뒤에 나는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아시아의 새로운 기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기적"은 이전보다 훨씬 공고한 기반위에 서 있을 것이다.
보다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국제금융기준에 부합하는 제도위에서 새로운
번영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