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의 영향으로 침체에 빠진 식음료 제약 종묘 농약 등
내수산업이 외국인투자자들의 인수.합병회오리에 흔들리고 있다.

식음료업계는 6일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굴지의 식음료업체인 H제과와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다음은 누가 대상이 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말 미국의 코카콜라사가 두산의 코카콜라 국내영업권을
인수했으며 조명업계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공학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농약 종묘 제약회사들은 이미
상당수 외국자본에 넘어가 외국인의 내수산업지배와 생명공학 기술의 국내
기반 몰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종묘업체인 흥농종묘는 최근 다국적기업인 세미니스시드사와
매각에 합의했다.

흥농종묘 관계자는 "세미니스시드사에 지분 1백%를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각금액은 아직 밝힐 수 없다며 공식계약은 내주중 체결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에 본사를 둔 세미니스시드사가 인수하는 흥농종묘는 연매출 5백억원
의 국내 최대 종묘업체로 최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농은 병해에 강한 고추와 기후제약을 받지 않는 감자 등을 자체개발하는
등 국내 최고의 씨앗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묘업계는 "신품종 개발에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오랜기간
쌓아온 기술력이 팔리게 돼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5대 종묘업체중 하나인 서울종묘가 스위스계
다국적기업인 노바티스사에 팔렸다.

청원종묘는 일본 사카다종묘에 매각됐다.

중앙종묘도 세미니스사로부터 인수타진을 받은 상태다.

농민들에게 씨앗을 나눠 주는 종묘시장의 대부분을 외국자본이 주도하게
된 것이다.

외국자본은 우량 농약업체에도 군침을 삼키고 있다.

영국 제네카사는 흥농종묘 계열인 영일화학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시티코프사와 노바티스사 등도 다른 우량농약업체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의 해외매각은 업계뿐 아니라 연구계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외국의 모 벤처기업은 국내 제약사가 G7 프로젝트(선도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생명공학연구소를 통해 개발한 염증치료제 기술을 사들여 사업화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참여 제약사의 자금및 인력 시설부족 등으로 사업화가 지연돼온 이 치료제
는 미국에도 특허가 출원돼 있다.

< 오광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