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도쿄의 외환과 주식시장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엔화의 환율과 주가가 등락을 거듭할 때마다 전세계의 금융가도 숨을
죽였다.

다행스럽게도 엔화와 주가는 강세로 하루를 마감했다.

6일 오전 9시 정각.

전세계 외환딜러들의 눈길은 도쿄외환거래소의 전광시세판에 고정됐다.

"달러당 1백34.78엔"

순간 객장에는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지난 주말의 종가(달러당 1백34.72엔)보다는 높았지만 미국 뉴욕시장의
종가(달러당 1백35.25엔)보다는 낮았다.

우려되던 1백35엔대로의 폭락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무렵 도쿄증권거래소의 닛케이평균주가도 60엔가량 올랐다.

"오늘은 큰 일없이 지나가겠군"

딜러들의 중얼거림이 귓전을 스쳤다.

9시5분께.

딜링룸에 일본대장성의 무역수지발표 뉴스가 전해졌다.

3월1-20일까지의 20일간 일본무역흑자가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었다.

5천3백86억엔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8% 증가했다.

엔에 대한 정부의 지원사격이었다.

9시45분, 갑자기 시장이 웅성거렸다.

그 순간 시세판에는 달러당 1백35.05엔이라는 숫자가 빨갛게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숫자가 빠르게 변했다.

1백35.1엔, 1백35.15엔, 그리고 마침내 1백35.2엔.

지난 3일의 장중 최저치까지 가고 말았다.

딜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금방이라도 시장이 터져 버릴것 같았다.

엔화폭락의 불안감이 일순 감돌았다.

1백35엔선이 무너진 것은 사카키바라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의 발언이 있은
직후였다.

"일본은행이 시장에 개입했다는 것을 들어본바 없다"는 그의 말은 엔을
떠받치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무렵 야마사키 다쿠 자민당 정조회장이 TV화면에 나타났다.

"감세조치가 이번 경기부양책에 포함될수 있다"

시간이 다시 얼마간 흘렀다.

10시, 엔화는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

1백34.50엔.

위험수역에서 빠져 나온 것이다.

딜러들의 눈에는 안도의 빛이 역력했다.

오전 11시, 엔은 달러당 1백34.54-56엔 사이에서 움직였다.

딜러들도 어느정도 긴장을 푸는 듯 했다.

달러급등에 따른 이식매물이 많이 나오고 일본은행이 시장에 개입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엔화를 떠받쳤다.

이 무렵 도쿄증시는 닛케이평균주가가 1만5천6백19.08엔인 상태에서
오전장을 마감했다.

1백1엔 상승이었다.

이어 오후장, 엔에 별다른 이상 조짐이 나타나지 않았다.

"경기 회복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하시모토총리의 발언이
안정세에 쐐기를 박았다.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내수를 살릴수 있는 과감한 대형경기대책을 펼
것이며 선진국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장들어 "1백34.5엔 고지" 주변에서는 달러매입세력과 엔화매입세력간의
물고물리는 공방전이 지속됐다.

오후 5시, 일본은행은 달러당 1백34.78엔으로 기준환율을 고시했다.

주말보다 0.22엔 오르긴 했지만 "1백34엔대"를 지키는데 성공한 엔화의
승리였다.

닛케이평균주가는 1백88.21엔이 오른 1만5천7백5.99엔으로 마감됐다.

그러나 환율전쟁이 아주 끝난 것은 아니다.

이날 하루 가까스로 1백34엔고지를 지켰을 뿐이다.

시종일관 불안한 균형이었다.

일본경제의 허술한 틈이 다시 보이기만 한다면 방어선은 여지없이 무너질
것이다.

그때는 1백40엔을 지난 1백50엔까지 대폭락, 세계를 금융공황으로 몰아
넣을지도 모른다.

격전을 끝낸 딜러들은 휴식에 들어갔다.

이날밤 11시에 개시되는 뉴욕시장의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 도쿄=김경식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