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전망을
한단계 낮추자 국제금융시장이 세계공황에 대한 위기감으로 술렁거렸다.

일본에선 엔화가 6년여만의 최저치로 떨어지며 주가와 채권값도 폭락하는
트리플약세를 보였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남아시아 각국의 자금시장도 흔들렸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의 한마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우리나라의
외환위기과정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그러나 무디스가 정확한 판단에 의해 일본의 신용등급을 조정했는지는
의문스럽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며 경제여건에 있어서도 동남아시아
각국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무디스는 세계적인 금융공황위기를 불러 일으킬지도 모를 행동을
취했다.

아무리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는 신용평가기관이라도 적은 인원으로 단기간
에 한 국가의 신용등급을 정확히 판정하기는 어렵다.

동남아 외환위기과정에서도 전망을 내보내기 보다는 사후적으로 등급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평가를 의식해서인지 S&P 무디스 등이 지난해 한국의 신용등급을
무리하게 하향조정해 외환위기를 확대재생산했다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이번에 일본의 등급 조정이 객관적 평가라기보다는 자의적이고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이 무디스의 입을 빌려 일본에 내수촉진 압력을 가하고 있다"
는 반발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의 한마디가 기업은 물론 한 국가의 운명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철저한 신용분석과 공정한 평가를 해온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신뢰도 오랫동안 쌓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명성을 악용해 "횡포"를 부린다면 결국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양치기소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태웅 < 경제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