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의 퇴직자들이 두번 울고있다.

빚내어 사놓았던 우리 사주 값이 폭락, 퇴직금으로 대출금을 갚고 나면
빈털털이로 회사를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대량해고시대에 우리 사주대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상장기업인 N사에 다니다 지난달 그만둔 김태영(39)씨는 우리사주
폐해와 정리해고로 두번 운 대표적인 피해자.

김씨는 지난 88년 회사가 증자를 시행하면서 우리사주조합에 할당한 주식중
1천주를 받았다.

당시 주당납입금은 3만5천원.

당시 29살로 벌어놓은 돈이 없었던 김씨는 회사로부터 신용금고대출알선을
받아 3천5백만원을 납입했다.

김씨는 우리사주가 7년동안 매각하지 못하게 돼있는 점을 감안, 대출금을
5년후 일괄상환하는 조건으로 대출받았다.

이자만 매달 갚았던 것.

김씨는 당시 주식시장이 좋아 재테크도 하고 종업원지주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주가는 주식시장의 대세하락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급기야 3분의 1가격으로 떨어졌다.

5년후인 지난 93년 김씨는 대출금을 다른 대출로 일단 상환했다.

보유주식은 가격폭락으로 1천5백만원에 불과했다.

우리사주로만 2천만원이 털렸고 대출금이자는 이자대로 나갔다.

거기에다 다른 대출을 받았으니 줄잡아 4천만원은 손해를 봤다.

김씨의 불행은 계속됐다.

그로부터 2년후인 95년 김씨는 우리사주를 처분할 수 있었으나 주가가
오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팔지 못했다.

그러나 주가는 끝없이 떨어졌다.

주당 1만원대가 깨지더니 급기야 5천~6천원대로 급락했다.

매입때에 비해 7분의 1수준이다.

그리고 97년 11월 IMF한파가 몰아쳤다.

주가는 다시 10분의 1값으로 떨어졌다.

보유주식가치는 3백만원밖에 안됐다.

김씨는 설상가상으로 해고까지 당했다.

퇴직금으로 3천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현대판 노비문서라는 우리사주 매각대금을 합쳐 3천3백만원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대출금 3천5백만원과 이자를 갚아야 했다.

결국 김씨는 퇴직금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하고 오히려 빚만지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퇴직전까지 갚지못한 전세금대출원금과 이자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우리사주가 해고근로자를 알거지로 만든 것이다.

김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우리사주때문에 속병을 앓고 있다.

IMF한파로 해고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근로자들이 우리사주에 또한번
가슴이 멍들고 있는 것이다.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 73년 자본시장육성법에 따라 도입된
우리사주제도가 근로자의 재산육성과 종업원지주제실현은 커녕 근로자의
재산과 애사심을 갉아먹는 괴물이 됐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고기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