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주역을 할 대기업의 지도력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때다.

대기업, 특히 재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우리의 재벌들이 공헌한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세계의 시장을 누비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많은 신화 같은 이야기를
조선 반도체 철강 건설 등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우리의 대기업들이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IMF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중론이다.

중소기업도 중요하지만 대기업이 쓰러지면 중소기업은 더욱더 어려워질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더불어 공생해야만 경제가 균형있게 발전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우리 경제의 모든 구성원들이
신뢰하고 따라갈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러한 지도력이 나타나지 않을 때 우리는 이 경제위기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 것이다.

우리가 지금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지도력은 대기업, 특히 재벌기업들
에서 나와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일을 하는 것도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우리 경제도 살고 대기업도 사는 방법은 대기업들이 사회 분위기에 질질
끌려가면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고 솔선수범하여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딱 벌리고 깜짝 놀랄 정도의 조정안을 구상해 내놓는 것이다.

금융개혁을 할 때는 "빅뱅"이라는 용어가 유행이었다.

요즈음엔 "빅딜"이라는 용어가 유행인 것 같다.

빅딜의 예로 지난 1월 뉴욕에서 컬럼비아대학교의 한 병원과 코넬대학교의
한 병원이 합병을 선언했다.

이로써 이 새 병원(뉴욕장로교병원)은 미국내 최대의 의료센터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기업들도 빅딜이 필요하다면 한번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개방화된 세계에서 우리의 대기업이 세계적인 다국적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의 회사가 등장하지 말라는 이유는
없다.

우리는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하고든지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의 대기업들이 이렇게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대기업의 경영자들, 특히 재벌 회장들은 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지고 모든 이해관계자들, 특히 주주들의 부의 축적에 깊은 관심을
표시해야 한다.

그리고 종업원들의, 종업원에 대한, 종업원을 위한 경영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죽고자 하는 사람은 살고, 살고자 하는 사람은 죽는다는 것은 진리인 것
같다.

죽기를 각오하고 구상한 구조조정안을 대기업들이 제안해야 한다.

이제는 상호지급보증이나 결합재무제표 정도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으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력을 대기업이 발휘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우리 온 국민은 물론 세계가 우리의 대기업을 주시하고 있다.

이 IMF의 위기를 극복하는데는 대기업의 역할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꼭 자기자본을 가지고 하라는 법은 없다.

사업은 내 돈을 가지고 할 수도 있고 남의 돈을 가지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남의 돈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사람은 언젠가는 원리금을 벌어서
갚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경영의 영웅이 되는 것이다.

부채는 언젠가는 상환해야 하는데 누적만 돼가니까 안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하루속히 차입경영에서 탈피해야 한다.

자기자본 비율을 어떻게 해서든지 올려 놓을 수 있는 계획안을 발표해야
한다.

우리의 대기업이 또 한가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특화가 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것을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우리의 삶의 터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이 잘 돼야만 우리 경제는 회생할
희망이 보인다.

대기업의 경영자들이 지도력을 발휘할 때다.

"모두가 이유없이 따라갈 수 있는 지도력을 대기업이 발휘하자.

이것만이 대기업도 살고 우리경제도 사는 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