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를 주도해 왔던 일본이 서서히 밀려나고 미국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80년대 호황의 절정을 구가하던 일본이 자부심에 들떠 잠시 주춤하는 사이
90년대 초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대혁신을 전개해 온 미국이 경쟁력을
회복하여 일본을 크게 앞지르기 시작했다.

무한경쟁의 시대인 오늘날 끊임없이 자기변신을 추구해 온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냉혹한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70년대 세계 5백대기업에 속했던 기업들 중 3분의1이 13년 안에
몰락했다는 통계는 이 시대에 기업들이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기업의 업무는 대부분 표준화되어 있으므로 타성에 젖기 쉬워 일거에
변신을 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IMF라는 특수한 상황은 우리에게 더 이상 타성에
얽매여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도나 방법, 조직이나 관습을 고치거나 버리고 새롭게 하는 혁신이야말로
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컴퓨터라든가 원자폭탄 같은 첨단기술이 2차대전 중에 만들어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위기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환율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고, 금리와 기름값이 조금 내렸다고
해서 마치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듯 과소비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우려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경제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저도 유치원에서 배워 IMF가 뭔지 알아요"라고 했다는 우리 회사
생활설계사의 5살짜리 딸아이의 말이 가슴 뭉클하게 와닿는 오늘의 이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 그 해답을 우리는 혁신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