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비틀거리고 있는 일본과 아시아 경제가 뉴욕 증시의 기를
더욱 살려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 경제의 안정성이 돋보이면서 세계 각국의 돈 줄이
뉴욕 증시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는 이런 재료에 편승, 파죽의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마침내
9,000선에 돌파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96년10월 6,000포인트, 작년3월과 7월에 각각
7,000포인트와 8,000포인트를 차례로 넘어선 뒤 8개월여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9,000포인트의 벽마저 무너뜨렸다.

6일(현지시간)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49.82포인트
상승, 9,033.23에 마감됐다.

올 들어서만 14%가 넘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이날 뉴욕 주가의 상승은 미국 굴지의 금융그룹인 트래블러즈와 시티은행이
합병키로 했다는 대형 뉴스가 호재로 작용했다.

그렇지 않아도 7년째 이어지는 미국 경제의 "태평 성대"로 시장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던 대기성 자금들이 "사자"주문을 쏟아냈다.

저금리와 1%대의 저물가, 완전 고용에 가까운 4%대의 낮은 실업률, 작년
1.4분기 이후 4%대를 넘나들고 있는 성장률 등 "완벽"에 가까운 경제
성적표가 세계2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몰락과 대비되면서 주식시장을
장밋빛으로 채색하고 있는 양상이다.

거대금융사의 합병은 유럽금융기관들의 합병기대를 자극하면서 런런
(F100지수) 프랑크루르트(DAX지수) 파리(CAC40지수)의 주가지수를 일제히
떠받쳤다.

유럽까지 신기록대열에 합류시킨 것이다.

최근 뉴욕 증시의 활황과 관련,주목되는 점은 아시아 위기가 되레 주가
상승을 부추기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특히 일본의 경제 위기가 증폭되면서 아시아 시장에 잠겨 있던 주식
투자자금이 월가로 대 이동을 시작했다. (캔퍼 피츠제럴드 증권의 시장
분석가 빌 미헌)

엔화약세-달러강세도 해외자금을 미국으로 빨아들이는 기폭제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하시모토 일본 정부가 불황타개를 위해 외환규제 철폐 등
금융개혁을 가속화할 경우 일본내 자금의 미국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분간 뉴욕증시의 활황이 계속될 것임을 예견케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뮤추얼 펀드(신탁투자의 일종)를 등에 업고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돈이 끊임없이 월가로 몰려들고 있다.

개인의 위탁 자금을 모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 내 뮤추얼 펀드의
총 자산은 현재 5조달러에 육박, 은행들의 총 예금수신고(5조2천여억달러)와
맞먹는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

뉴욕 증시 안팎의 관심은 이같은 활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전문가들 간에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미국 내외의 상황이 워낙 뉴욕 증시에 유리한 만큼 연내 10,000포인트
돌파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있는가 하면, 그동안의 급등을
"거품"으로 우려하면서 5~10%선의 "자율조정"을 예상하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낙관-신중론자들이 다같이 동의하는 한가지 주요 변수는 향후
일본 경제의 향방이다.

지금까지는 일본과 아시아의 위기가 뉴욕 증시를 되레 떠받치는 반사
효과를 냈지만, 일본 경제가 본격적인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미국 경제에
엄청난 짐을 안길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금융구조개편과 경기불황에 필요한 재정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 재무부 증권에 투자된 8천억달러의 해외자산을 일부라도 처분할
경우 그 한파가 곧바로 뉴욕증시를 뒤덮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