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코프의 존 리드회장(59)과 트래블러즈 그룹의 스탠포드 웨일회장(65).

두 사람은 세계최대 금융그룹을 탄생시킨 산파다.

둘다 세계 금융계의 거물이다.

그러나 걸어온 길은 전혀 다르다.

정상의 자리에 섰지만 도달하는 과정은 정반대였다.

리드회장은 시티은행과 시티코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단 한번도 외도를 하지 않았다.

반면 웨일회장은 월가의 밑바닥에서 시작해 수많은 기업을 인수하고
합병하며 커온 사람.

리드회장이 온실속의 화초라면 웨일회장은 들판의 잡초다.

리드회장은 시티은행에서 청춘을 보내고 지난 84년 모기업인 시티코프회장
직에 올랐다.

평탄가도였다.

그러나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지난 90년초 시티코프가 금융위기를 맞아 비틀거렸을 때다.

많은 금융회사들이 나가떨어졌지만 리드회장은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
위기를 넘겼다.

그래서 그는 "시티맨"의 우상이 됐다.

웨일회장은 세명의 동업자와 투자회사를 세우는 것으로 월가에 데뷔했다.

이 투자사는 나중에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증권사 쉐라손이 됐다.

그는 회사를 차리자 마자 15건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웨일회장은 이번에 동업자가된 리드회장이 시티코프회장이 된 이듬해인
85년 인생의 큰 전기를 맞았다.

인수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나와 홀로 재기를 도모한 것.

그후 잇다른 매수합병으로 자리를 굳혔다.

트래블러스의 전신인 프리메리카를 사들였고 작년엔 채권발행주선기관인
살로몬을 9억달러에 인수, 금융계의 거물로 자리매김했다.

<조주현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