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6.25와 외환위기와 후퇴전략..최우석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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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석 < 삼성경제연구소장 >
지금이 6.25동란에 버금가는 국가 위기란 말들을 많이 한다.
확실히 그렇다.
경제적 어려움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폭과 양상으로 온나라를 덮치고
있다.
74년 1차 오일쇼크, 80년 2차 오일쇼크 등 그 당시로선 앞이 안보일
정도의 위기상황이 있었으나 지금에 비하면 일과성이었다 할 수 있다.
당장의 외환위기는 어떻게 수습될 수 있을지 모르나 과거와 같은 좋은
시절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경제가 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이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80년 한해(-3.9%)뿐이었는데 금년이 두번째 해가 될 것 같다.
이번 경제위기가 6.25동란에 버금가는 국난인 것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점도 많다.
우선 바깥 정세에 어두웠고 사전 준비가 소홀했다는 점에선 둘다 같다.
6.25때 이미 동서 냉전체제에 들어갔고 곳곳에서 무력분쟁이 일어나고
있었는데도 한국은 바깥 정세에 어두웠다.
특히 중국 대륙에서 오랜 국공내전끝에 거대하고 강력한 공산정권이
수립된 사실을 간과했다.
작년 외환위기때도 바깥사정에 어두웠다.
동서 냉전체제 붕괴후 미국의 힘이 아무도 견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
졌고 그 힘을 배경으로 세계 경제질서 재편 작업이 일어나고 있는 사실에
무관심했다.
또 작년 여름의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외환위기, 가을의 홍콩사태도 강건너
불로 보았다.
그위에 한국에 대한 미국 일본 등의 지지도도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
6.25때도 바깥 사정을 알기보단 집안 싸움에 더 열심이었고 용감했다.
사실 그때 북측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해 더러 경고했다는 문서도
있으나 정책 결정권자의 관심을 끌 정도는 못되었다.
6.25직전 방한했던 덜래스 미 국무장관은 한국이 미국의 절대 방위선밖에
있다고 발표할 정도였다.
이번 외환사태도 일이 터지고 나서야 그때 일찍이 예언, 경고했었다는
현인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IMF 캉드쉬 총재조차도 일이 터지기 전까지 한국경제는 괜찮다는
평가를 한바 있다.
확실히 작년의 전반적 분위기는 외환사정이 심각하다는데는 공감해도
지금과 같이 개혁을 안하면 큰일난다는데까진 가지 못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십이 중요하다.
미리 위험을 예지하고 사전 대비토록 국민들을 설득하는 리더십이야말로
위기를 막는 핵심요소다.
6.25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여러 위험신호를 간과했을뿐 아니라 모두들 엉뚱한데 정신을 팔았다.
최고통치자의 리더십은 거론하기조차 창피할 지경이고 사회 엘리트층의
리더십도 오십보 백보였다.
막상 일이 터지고 나서의 대응이 더 문제다.
전략을 세워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는 양상이다.
6.25때도 사태파악을 못하고 우왕좌왕 도망가는가 하면 급한 나머지
병력을 전선에 축차투입, 아까운 자원을 소모시켰다.
한강다리를 일찍 폭파, 주력을 후퇴시키는데 실패하여 괴멸적 타격을
입었다.
전쟁 지도자나 일선 지휘관의 역량이 모자랐던 것이다.
그래놓고 민심을 수습한다고 한강 폭파의 책임을 물어 육군 공병감만
서둘러 처형했다.
지금은 어떤가.
어떻게 급한 고비는 넘기고 있으나 축차투입과 허둥지둥 후퇴하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
작년부터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제반조치가 찔끔찔끔 나와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는데 금년들어서도 축차투입은 마찬가지다.
또 질서있는 후퇴양상도 보기 어렵다.
위기는 위기대로 수습하고 한국경제를 끌고 갈 주요산업들은 질서있게
후퇴시켜야 하는데 지금 종합적 후퇴전략이나 물러날 방어진지가 있는지,
또 옳은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는지 모두들 잘 모르고 있다.
지휘계통이 혼란스러워 어느 영을 따라야 할지 알기 어렵고 또 독전대가
너무 많다.
구조조정이 먼저인지 실업대책이 먼저인지, 정부 시책에 대한 최종적
유권해석은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청와대 재경부 한은 금감위 공정위간의
관계와 구체적 정책조정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
앞이 안보이니 더 당황할 수밖에 없다.
2천억달러가 넘는 외채를 갚으면서 지속성장을 하려면 제조업을 비롯한
한국경제의 주력이 질서있게 후퇴해야 한다.
어느 것을 죽이고 어느 것을 살릴지, 살린다면 어느만큼 살릴지 죽인다면
언제 죽일지 스케줄이 있어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가 급한 고비를 넘기고도 주춤거리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후퇴전략과 스케줄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질서있는 후퇴야말로 지금 한국경제에 가장 필요한 키워드(Keyword)인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8일자 ).
지금이 6.25동란에 버금가는 국가 위기란 말들을 많이 한다.
확실히 그렇다.
경제적 어려움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폭과 양상으로 온나라를 덮치고
있다.
74년 1차 오일쇼크, 80년 2차 오일쇼크 등 그 당시로선 앞이 안보일
정도의 위기상황이 있었으나 지금에 비하면 일과성이었다 할 수 있다.
당장의 외환위기는 어떻게 수습될 수 있을지 모르나 과거와 같은 좋은
시절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경제가 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이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80년 한해(-3.9%)뿐이었는데 금년이 두번째 해가 될 것 같다.
이번 경제위기가 6.25동란에 버금가는 국난인 것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점도 많다.
우선 바깥 정세에 어두웠고 사전 준비가 소홀했다는 점에선 둘다 같다.
6.25때 이미 동서 냉전체제에 들어갔고 곳곳에서 무력분쟁이 일어나고
있었는데도 한국은 바깥 정세에 어두웠다.
특히 중국 대륙에서 오랜 국공내전끝에 거대하고 강력한 공산정권이
수립된 사실을 간과했다.
작년 외환위기때도 바깥사정에 어두웠다.
동서 냉전체제 붕괴후 미국의 힘이 아무도 견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
졌고 그 힘을 배경으로 세계 경제질서 재편 작업이 일어나고 있는 사실에
무관심했다.
또 작년 여름의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외환위기, 가을의 홍콩사태도 강건너
불로 보았다.
그위에 한국에 대한 미국 일본 등의 지지도도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
6.25때도 바깥 사정을 알기보단 집안 싸움에 더 열심이었고 용감했다.
사실 그때 북측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해 더러 경고했다는 문서도
있으나 정책 결정권자의 관심을 끌 정도는 못되었다.
6.25직전 방한했던 덜래스 미 국무장관은 한국이 미국의 절대 방위선밖에
있다고 발표할 정도였다.
이번 외환사태도 일이 터지고 나서야 그때 일찍이 예언, 경고했었다는
현인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IMF 캉드쉬 총재조차도 일이 터지기 전까지 한국경제는 괜찮다는
평가를 한바 있다.
확실히 작년의 전반적 분위기는 외환사정이 심각하다는데는 공감해도
지금과 같이 개혁을 안하면 큰일난다는데까진 가지 못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십이 중요하다.
미리 위험을 예지하고 사전 대비토록 국민들을 설득하는 리더십이야말로
위기를 막는 핵심요소다.
6.25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여러 위험신호를 간과했을뿐 아니라 모두들 엉뚱한데 정신을 팔았다.
최고통치자의 리더십은 거론하기조차 창피할 지경이고 사회 엘리트층의
리더십도 오십보 백보였다.
막상 일이 터지고 나서의 대응이 더 문제다.
전략을 세워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는 양상이다.
6.25때도 사태파악을 못하고 우왕좌왕 도망가는가 하면 급한 나머지
병력을 전선에 축차투입, 아까운 자원을 소모시켰다.
한강다리를 일찍 폭파, 주력을 후퇴시키는데 실패하여 괴멸적 타격을
입었다.
전쟁 지도자나 일선 지휘관의 역량이 모자랐던 것이다.
그래놓고 민심을 수습한다고 한강 폭파의 책임을 물어 육군 공병감만
서둘러 처형했다.
지금은 어떤가.
어떻게 급한 고비는 넘기고 있으나 축차투입과 허둥지둥 후퇴하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
작년부터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제반조치가 찔끔찔끔 나와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는데 금년들어서도 축차투입은 마찬가지다.
또 질서있는 후퇴양상도 보기 어렵다.
위기는 위기대로 수습하고 한국경제를 끌고 갈 주요산업들은 질서있게
후퇴시켜야 하는데 지금 종합적 후퇴전략이나 물러날 방어진지가 있는지,
또 옳은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는지 모두들 잘 모르고 있다.
지휘계통이 혼란스러워 어느 영을 따라야 할지 알기 어렵고 또 독전대가
너무 많다.
구조조정이 먼저인지 실업대책이 먼저인지, 정부 시책에 대한 최종적
유권해석은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청와대 재경부 한은 금감위 공정위간의
관계와 구체적 정책조정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
앞이 안보이니 더 당황할 수밖에 없다.
2천억달러가 넘는 외채를 갚으면서 지속성장을 하려면 제조업을 비롯한
한국경제의 주력이 질서있게 후퇴해야 한다.
어느 것을 죽이고 어느 것을 살릴지, 살린다면 어느만큼 살릴지 죽인다면
언제 죽일지 스케줄이 있어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가 급한 고비를 넘기고도 주춤거리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후퇴전략과 스케줄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질서있는 후퇴야말로 지금 한국경제에 가장 필요한 키워드(Keyword)인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