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머저가 겨누는 것은 역시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다.

1+1은 2가 아니라 3도 되고 30도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티코프는 소매금융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고
트래블러스도 증권투자와 보험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샌포드 웨일 트레블러스 회장은 "이번 합병은 상품과 고객이 결합한
것"이라며 이둘이 무한한 상승작용을 낼 것이라고 힘주어말했다.

일본은 전세계의 금융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이제는 과거처럼 적당히 시장을 분할해 나누어 갖는 것이 아니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싹쓸이해버리는 그런 게임의 세계로 접어들고
있다"며 카네기 멜론 대학의 베넷 해리슨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이미 신화가 된지 오래며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 걸쳐 시너지 효과를 노린 대통합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가 머저의 시너지 효과는 산도스와 시바가이기가 합병한 노바티스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합병전 각각 세계 12위와 16위에 불과했던 산도스와 시바가이기는 합병후
일거에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서로의 강점이었던 면역제(산도스)와 아동용 의약품(시바가이기)분야가
결합하면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뿜어져 나왔다.

노바티스 경영자들은 "우리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선언할 정도다.

거대 기업들이 합병에 팔을 걷어부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점에서 메가 머저는 그동안의 기업합병과는 본질적인 차별성을
갖는다.

70년대 이전까지의 기업합병은 수직계열화화 사업다각화가 주목적이었다.

다시말해 기업내부의 경영자원을 총동원해 수익율을 제고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80년대와 90년대 초에는 매매차익을 노린 적대적 합병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양상이 달라졌다.

이제는 시장지배력 확대 자체가 최대의 목적이 됐다.

"지배력에서 시너지가 분출된다"는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대부분 기업들은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움직여왔다.

더 작고 더날렵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다운사이징
(downsizing)기법들이 개발돼 경영계를 풍미했다.

"이제 그런 방법은 끝났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원해고를 통한 비용절감이 아니라 경쟁자 자체를
꺼꾸러 뜨리는 거대합병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에릭 R 그린버그
미국경영자협회 경영분석국장)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기업경영은 세계경제의 큰흐름에 따라 늘 상황에 맞는 패러다임들을
만들어왔다.

지금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누가뭐래도 "거대화"다.

다운사이징과 기업분할등 90년대초를 풍미했던 논리는 이제 퇴조기에
들어갔다"고 해리슨 교수는 설명하고 있다.

존리드 시티회장은 "시티그룹의 고객수는 머지않아 10억명에 이를
것"이라며 합병 기자회견에서 잘라말했다.

10억명은 현재 지구상에서 금융거래를 하는 거의 모든 고객을 합친
숫자에 육박하는 숫자다.

대통합의 시대가 온 것이다.

<조주현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