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인들은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자본참여에도 관심이 많구요. 그러나 아직 걸림돌이 많다며
투자확대를 망설이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유럽비즈니스포럼(AEBF)에
참가했던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보다 가시적인 제도개선이 있어야
유럽자본이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주회사금지 등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 <>조령모개식 정책 등이
유럽기업인들이 꼽은 "걸림돌"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나라의 구조조정노력에 대한 평가는.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는게 대체적인 견해였다"

-개선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지적됐는지.

"순수지주회사를 왜 금지하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지주회사를 세워 여러 한국기업에 골고루 출자하고 싶다는 한 기업인이
금지이유를 캐물어 애를 먹었다"

-제도적 문제만 풀리면 투자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지.

"제도만 걸림돌인 것은 아니다.

개방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국민정서도 장애로 꼽혔다.

수입차를 배척하고 초등학교에서 외제품불매운동을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노조가 너무 강하고 요구하는 것이 많다(too strong and demanding)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노동법은 선진국 수준으로 만든게 아닌가.

"국내 한 대기업을 인수하려던 모업체 대표는 기존 직원을 전부 승계하라는
요구 때문에 도장을 못찍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법은 바뀌었지만 개선되지 않은 노동관행이 너무 많아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 아닌가.

"아직 멀었다.

영국경제인연합회(CBI)의 한 임원이 의미있는 얘기를 했다.

정부가 외국인에게만 특별히 잘 해 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요지였다.

한국 기업이 옆에서 고통스럽게 사업하고 있다면 누가 한국에 투자해
"한국 기업"이 되려고 하겠느냐는 말이었다.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정부를 믿지 못하겠단 얘기로 들렸다"

-독일의 바스프가 대상그룹의 라이신사업을 인수한 이후 유럽의 대한투자가
위축된 듯한 느낌인데.

"유럽 기업들은 투자확대를 망설이고 있다.

규제가 많다는 이유도 있지만 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면도 있다.

정부가 대기업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기업가치는 더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내년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낮추라고 하자
막판에 깨진 매각협상이 한두건이 아니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있는 꼴이다"

< 권영설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