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반고운숙영동
사산욕설지로홍
하인일지방추소
각여산창장북풍

우연히 외로운 구름 따라 영동에서 묵는데, 산에는 눈 내릴듯 화로에는
벌겋게 불이 달았네. 가을의 외적침입 대비해야 한다고 누가 올린 상소문
일까? 산창에 나발려 북녘 바람 막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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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때 임경희라는 사람이 남긴 "산창에 새로 문 종이를 발랐는데 지난
왕조때 올린 상소문 초고가 있어 이를 보고 느낀바 있어"라는 제목의 시이다.

"IMF한파"라는 것도 알고보면 전혀 예감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닥쳐올 위기에 대한 경고를 묵살하였거나 호도하여 온 국민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긴 책임을 이젠 누가 진단 말인가.

<이병한 서울대교수.중문학>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