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아에 대한 화의기각결정은 대기업의 화의신청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법원의 의지를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한마디로 대기업들은 화의로 올 생각을 말고 처음부터 법정관리신청으로
가라는 얘기다.

대기업들이 이른바 대마불사론만 믿고 무조건 화의신청으로 몸을 들이밀고
있는 데 대해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번 결정은 IMF체제이후 거세게 일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에서
나왔다.

한계기업들이 화의로 경영권을 유지케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전반의 시각을
법원으로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구조조정에 사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는 의미도 된다.

서울지법 서경환 판사가 "단지 기업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화의를
받아들일 경우 부실화기업퇴출이 지연돼 결국 그 폐해가 국민에 미치게
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코아기각은 화의신청절차를 밟고 있는 10개 기업에 대해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뉴코아와 사정이 비슷비슷한 기업들이어서 법원의 다른 결정(개시결정)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미도파 한라 청구 등 10개 기업이 그들이다.

특히 이 결정은 앞으로 화의에 기대보려는 예비신청 기업들에게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법원의 결정은 또 그동안 논란이 돼온 화의기각 조건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법원은 부채규모 2천5백억원기준을 은행감독원이 발표한 여신규모에
맞췄다.

이 기준대로라면 10개 기업들은 모두 커트라인에 걸리게 돼있다.

강화된 개정화의법상에 제시된 조건 즉 "여신규모가 크고 채권자 등 이해
관계인 숫자가 많은 기업은 화의절차를 통한 회생이 부적절하다"는 입법
취지를 철저히 적용한 셈이다.

법원은 특히 뉴코아사례를 통해 기존사주들이 화의를 경영권유지용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분석이다.

보유주식을 소각하게 되는 법정관리를 피해 경영권이 그대로 인정되는
화의로 보호받으려는 사주들의 자세를 법원은 달갑지 않게 봐왔다.

법원은 결국 화의가 부실경영의 보호막이 되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고히
밝힌 셈이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지나치다며 당혹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코아와 채권단이 화의개시에 뜻을 같이 했는데도 법원이 기각한 것은
심했다는 것이다.

채권자들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만큼 이들이 화의에 동의한다면
법원으로서는 받아들이는 게 옳다는 지적이다.

특히 뉴코아에 딸린 기업들도 한 두개가 아닌데 관련법규를 자구대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심기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