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 개봉을 앞둔 영화 "성철"이 제작중지 가처분신청이란 암초를 만난
가운데 제작재개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철"은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큰스님의 일대기를 소재로 삼아 화제가
됐던 작품.

박철수 감독의 연출로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성철스님의 딸인 불필스님과 성철문도회가 지난 2일 서울지방법원에
제작및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냄으로써 제작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불필스님측은 "영화가 성철스님의 출가배경과 불교를 왜곡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성철스님의 일대기가 이미
소설 전기 만화 등을 통해 다양하게 소개된 상태에서 영화내용을 보지도
않고 제작을 막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문제된 내용중 상당수가 이미
삭제됐으며 나머지도 오해된 측면이 강하다"고 해명했다.

박 감독측은 일단 다음주중 문도회측에 화해사절을 보내는 등 "대화"로써
문제를 풀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엔 영화제목을 바꿔서라도 촬영을 강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고질적이던 불교계와 예술집단과의 갈등이
재발됐다"며 창작의 자유를 보호하는 성숙한 문화풍토가 조성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가처분신청에 대한 첫 심리는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 이영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