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UR) 때처럼 모든 분야를 협상하자"

"안된다. 당초 계획대로 농업 및 서비스분야만 다루자"

"분야별로 따로따로 협상하자"

세계무역기구(WTO)회원국들이 다시 맞붙었다.

차기 국제무역협상 의제를 둘러싼 싸움이다.

이번 싸움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때처럼 개도국-EU-미국의 3자 대결
구도다.

이들은 내달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2차 각료회의에서 대결
한다.

싸움의 불을 지핀 쪽은 EU.

지난달 15개 EU회원국 통상장관들은 농업과 서비스는 물론 무역 환경보호
연계, 국제투자 룰, 공정경쟁, 정부조달문제 등 모든 분야를 차기 무역협상
의제로 하자고 자기네들끼리 합의했다.

협상명칭도 "라운드"라는 말을 넣어 "밀레니엄라운드"로 하기로 했다.

보통 라운드는 포괄협상을 의미한다.

EU는 이번 회의에서 자신들의 결정을 밀어부치기로 했다.

EU가 협상범위를 확대하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농업보조금중지나 농산물교역자유화 등 농업문제가 차기협상의 주의제가
될 경우 협상에서 EU가 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EU입장에서는 농산물부문이 자유화될수록 손해다.

EU역내에는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등 농업비중이 큰 나라들이 적지
않다.

이들로부터 농업문제에서 양보를 얻어내려면 다른 분야에서 더 큰 것을
얻어내야만 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분야를 협상의제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같은 EU안에 개도국의 반발이 거세다.

UR협상 타결때 합의된대로 농업과 서비스분야만을 협상하자고 주장한다.

이와함께 UR협상에서 미진하게 이뤄진 섬유협정 정도만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도국은 기본적으로 무역자유화가 확대될수록 손해라는 생각이다.

모든 면에서 선진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개도국은 선진국주도의 다자간 무역협상을 경계한다.

선진국들이 개도국입장은 무시하고 자기네 이익만 차린다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

특히 지난 3년간 이뤄진 다자간협상에서 통신이나 금융자유화 등 선진국에
유리한 분야만 타결되고 개도국에 유리한 해운자유화 등은 진전이 안된 것에
매우 불만이다.

협상의제와 관련, 미국 역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분야별로 따로따로 협상하자는 것.

미국은 그동안 다자간 통신 및 금융서비스 자유화협상을 별도로 개최,
유리하게 마무리지었다.

앞으로도 분야별로 협상하면 이익을 최대한 챙길 수 있다는 속셈에서 건별
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내달 각료회의가 순탄치 않을 것 같다.

불과 이틀간의 회의에서 이 문제가 완전타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내년 제3차 각료회의에서나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략적인 방향만 잡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는 1백32개 WTO회원국 장관들이 참석한다.

WTO가입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국 러시아 등 주요 비회원국도 업저버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 기자>

[ UR 협상후 WTO 주요 일정 ]

<>.93.12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94.4 WTO 발족
<>.95.1 WTO 협정 발효
<>.96.12 제1차 WTO 각료회의
<>.97.2 국제통신서비스 협상타결
3 국제정보기술 협상타결
12 국제금융서비스 협상타결
<>.98.5 제2차 WTO 각료회의
<>.99. 제3차 WTO 각료회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0일자 ).